제 힘으로 문을 잠그고 올랐지만, 열 수는 없다고 했다. 할 수 있는 건 버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찬 '고매' 먹다 목이 메고, 잡는 것마다 손이 쩍쩍 들러붙던 강추위에 떨면서도 하루 한 시간 운동은 빼먹지 않는다고 했다. 제 발로 걸어 내려가는 법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다만 '문 여는 법'을 잊지 말라고 부탁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그렇게 우뚝 깃발처럼 솟아 바닷바람을 버텼다. 잘릴 걱정 없이 웃으며 일하는 일터를 염원했다. 85호 크레인, 지난 2003년 김주익 전 지회장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129일 동안 농성을 벌이다 숨진 그곳이다. 아픈 기억에, 크레인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자주 울먹이던 사람들은 땅에서 바빴다. 농성장을 지키고, 집권당 사무실과 시청에서 노숙농성을 벌였다. 부산대교를 건너 행진했고 집회를 했다. "정리해고 분쇄"라고 적힌 깃발 들고 찬바람과 오래 싸웠다. 한평생 배 짓는 법만 알던 영도조선소 노동자들이 '문 여는 법'을 찾아 내내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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