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국회에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에 들어갔다.민주노총과 노조하기 좋은 세상 운동본부는 20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7일 국가인권위원회의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 3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앞서 김영주 노동부 장관도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노동자’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20여년간 기다려 온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기대감이 커진 배경이다. 하지만 현
이른 추위 찾은 날, 마석 모란공원 전태일 상 앞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과 다짐과 함께 부른 노래를 이제는 저 멀리 각자의 일터 앉은 자리에서 라이브로 보고 듣는다. 세상 빠르게 변했다. 임금 떼이고, 괴롭힘당하고, 성희롱당해 어디 가서 말하기도 조심스러웠던 얘기를 이제는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실시간으로 주고받는다. 밤 근무 예외 없던 임신부는 직장 체육대
이 가을, 붉은 것은 단풍이고, 노란 것은 은행이라 풍경은 누구나의 시선을 붙들어 위안을 건넨다. 잿빛 도심을 알록달록 물들인다. 스마트폰 사진첩에 빼곡 담긴다. 이 계절, 길 따라 붉고 또 노란 것이 노조 깃발이다. 선전 팻말이고, 이마 위 머리띠다. 비닐 집 낮은 문을 꾸부정 나선 사람들이 오늘의 행진을 준비한다. "300점 도로 진입"을 알리는 경찰
검은 옷차림 야당 의원들이 온갖 음모와 미심쩍은 행적을 밝히라며 현수막 들고 벌떡 일어나 시위를 했다. 초유의 일이었다. 낯선 풍경에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시정연설을 마친 대통령이 시위대에 다가가 손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박수를 받았다. 사람 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 등 국정 구상을 밝힌 뒤였다. "국가가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국민은 희망을 놓
광장에 치솟던 물줄기가 잠시 숨을 고른다. 소풍 나온 아이들이 물길을 가른다. 첨벙첨벙 발 딛는 소리마다 찰랑찰랑 긴 머리가 나풀거린다. 여기저기 노랗게 물들어 도심은 바짝 가을이다. 티 없이 짙푸른 하늘 아래 볕 닿는 것마다 반짝이는 철이다. 재잘재잘 수다가 끝이 없다. 웃느라 숨넘어간다. 쪼르르 서서 단체사진을 남기느라 온갖 폼을 잡는데, 그게 또 재밌다고 뒤로 넘어간다. 뛰고 뒤따르고 소리치고 웃는 아이들 품어 광장이 언젠가처럼 활기차다. 숙제 걱정, 시험 스트레스 잠시 내려둔 아이들이 가을볕에 여물어 간다. 미처 숙제를 끝내
비 예보에 우산을 챙겼는데 종일 짐이다. 술 한 잔 먹고 잃어버리기 일쑤다. 가볍고 이쁜 데다 버튼만 누르면 착 펴지고, 탁 접히는 기특한 것이었다. 설마 하고 나선 날엔 어김없이 비가 쏟아진다. 사무실 구석 주인 없는 우산을 찾아보는데, 그 흔해 빠진 게 마침 없다. 편의점 들러 제일 싼 우산 찾는데 속이 쓰리다. 살이 삐죽 나간 찢어진 우산을 뒤늦게 발견한다. 울상을 짓는다. 신발장 한구석에 우산이 쌓여 간다. 우산 사는 게 제일 아깝다는 잔소리에 대꾸하다 보니 저녁 식탁 국이 식는다. 설레었던 한때, 연인은 한 우산 아래에서
직접고용이 해답인가? 토론회 제목 끝엔 물음표가 붙었다. 불법은 맞지만, 악법 탓이니 법을 바꾸자고 자리 만든 보수야당 의원이 말했다. 협력업체 대표 하소연이 길었다. 토론회가 시간을 넘겼다. 직접고용이 답이라고, 앞선 토론회 끝나길 기다리던 KTX 해고승무원이 '몸자보'에 새겼다. 법 앞에 끝내 절망했던 해고승무원들이 다시 싸움에 나서며 만들었다. "다시
엎어지기야 어려운 일도 아니었던지 철퍼덕 땅에 잘도 붙었다. 일어나는 게 문제였다. 서울역에 가까워서다. 광화문에서 거기 멀지도 않은 곳이라지만 기어가려니 다르다. 꾸역꾸역 자벌레 기듯 나아가는데, 일어서는 동작이 흐트러진다. 무릎 짚고 종종 휘청거렸다. 얼굴 차차 붉었고, 흐트러진 머리칼이 뺨에 붙었다. 숨이 가빴다. 과연 그것은 고행이었다. 몸으로 말하
엄마는 회사 갔냐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아이가 물었다. 아빠도 회사 가야 한다고, 이러다 늦겠다고 채근하던 내게 또 물었다. 왜 매일 회사에 가야 해? 한참을 망설였다. 밥벌이해야지. 지금 먹는 사과와 우유와 시리얼이며 네가 이따 분명히 사 먹을 쭈쭈바 살 돈을 벌어야 한다고 구구절절 말하느라 입이 아팠다. 이것 말고 그럴듯한 게 더 없던가 싶어 마음도
사흘 남짓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의 '사생팬' 노릇을 했다. 주요 일정에 따라붙었다.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핵심을 짚은 좋은 사진이 몇 장이나 남았는지 모르겠다. 갈 길이 멀다.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옛 사진 속 인물을 가리켰다. 1997년 '노동법 날치기' 철회 총파업 때, 국제노동계 대표단 일원으로 한국을 찾았던 사무총장이었다. 인연
언젠가 아버지가 오디오 시스템을 사 오셨다. 카세트 데크가 두 개였고, 층층이 뭐가 많아 크고 높았다. 덩치 큰 스피커 위엔 고음을 보강하는 작은 스피커가 따로 달린 최신의 것이라고 아버지는 설명했다. 당시 집마다 오디오 들이는 게 유행이었는데, 늦었지만 친구들에게 할 말이 생겨 기뻤다. 만질 수는 없어 슬펐다. 집에 혼자였던 날 몰래 이것저것 만지다 그만
주인 잃은 리본 두 개가 세종로 젖은 바닥에서 물기 머금은 채 나란했다. 쇠줄 하나가 둘을 엮었다. 노란색과 주황색이 달랐을 뿐 모양이 똑 닮았다. 잊지 말자고, 거기 새긴 의미도 한가지다. 2017년 3월31일 스텔라데이지호가 먼바다에서 침몰했다. 22명이 실종됐다. 한국인 선원은 8명이다. 16인승 구명 뗏목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거기 선원이 생존해
지나던 아이가 저게 꽹과리냐고 물었고 엄마가 징이라고 답했다. 하이디스가 뭐냐고 버스 기다리던 학생이 물었고 나도 모른다고 친구가 답했다. 뒤에 적은 먹튀를 알아보고 몇 마디를 보탰다. 먹구름이 짙었다. 곧 비가 내렸다. 우산 없는 사람들이 잰걸음으로 지나갔다. 흰옷 입은 해고자들이 줄지어 세 걸음을 걸었다. 징 소리 울렸고 바짝 엎드렸다. 징 소리에 일어
“택밴데요. 지금 집에 계세요?”턱까지 쌓아 올린 상자를 한아름 안고 걸어가던 사내가 목소리를 높인다. 손 대신 오른쪽 어깨를 올려 머리 사이에 끼듯 휴대전화를 잡고 걷는 뒷모습이 힘겹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희원(43·가명)씨다. 택배 차량을 골목 어귀에 세워 두고, 상자를 내려 근처 건물에 배달한 뒤 돌아오기를 여러 번. 희원씨의 손과 발이 바빴다.가 지난 11일 그와 함께했다. 희원씨가 담당하는 구역은 서울 주택가다. 단독주택과 빌라가 많아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오르내릴 일이 많다.이날 낮 기온은 32도를 웃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따위 기술 진보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사람들은 연결됐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소통을 위한 온갖 단체톡 방이 바삐 돌아간다. 펜과 수첩이 어느새 낯설다. 유물 취급이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선 사람들 또한 예외는 없어 한 손엔 깃발을, 다른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에 선다. 그러나 찍고 듣고 엿보고 즐기는 스마트 생활
머리 희끗희끗한 버스 노동자가 머리띠 두른 모자를 썼다. 땀 흘리며 앉아 폭염을 버티다 깜박 졸았다. 하품이 터졌다. 꽝하고 울려대던 대형 스피커 소리 맞춰 무대에 선 가수가 를 불렀다. 저 푸른 옷엔 모범운전자 마크가 선명했다. 그것은 자랑이었으나 때때로 낙인 같았다. 노예운전, 살인운전이라고 스스로 적어 현수막을 걸었다.
싸움 나선 사람들은 구호 끝마다 승리를 외치지만 된더위 이기기가 쉽지 않다. 챙 넓은 모자와 토시로 따가운 여름 볕은 피해 보는데, 절절 끓는 바닥을 어쩔 도리가 없다. 앉으면 거기 불가마 소금방이다. 나오는 문도, 얼음방도 없어 땀이 줄줄 하염없이 흐른다. 등짝에 활짝 소금 꽃 핀다. 어쩌다 부는 바람이 달다. 요즘 선풍적인 인기라는 휴대용 선풍기가 필수
폭염 속 항의 기자회견은 목 타는 일이었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낸 페트병엔 얼음 동동 양파 달인 물이 들었다. 혈압에 좋단다. 한 잔씩 나누니 내내 찌푸렸던 사람들 표정이 금세 밝았다. 밥하는 동네 아줌마도, 간호조무사도, 요양보호사도 할 말이 울컥 차고 넘쳐 목이 바짝 말랐다. 꾹꾹 손으로 눌러 쓴 발언문 읽는 눈이 자꾸만 축축했다. 양파처럼 까도 까도 나오는 어느 국회의원의 막말에 눈이 매웠다. 차곡차곡 쌓여 왔던 설움 빵빵 터졌다. 일파만파다. 양파 대파 끓인 육수 앞에 국자 들고 땀 흘렸던 급식 조리사들은 낯선 국회에서 눈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들이 집단 삭발을 하며 무기계약직 전환을 촉구했다.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소속 초등스포츠강사 9명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10년째 계약직인 스포츠강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며 삭발식을 했다.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를 선언했지만, 초등학교 스포츠강사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초등스포츠강사들은 “대부분 10개월 혹은 11개월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하는 탓에 매년 1~2개월은 실업자로 살아야 한다”며 “10년 동안 월급이
학교비정규 노동자 비하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에 대한 노동계 반발이 거세다. 국회에서 이 의원과 마주친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우리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학교비정규 노동자들과 이 의원은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이 앞뒤로 배치되는 바람에 공교롭게 마주치게 됐다. 이 의원이 먼저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급식 비정규직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거듭 사과한다”며 “저의 표현으로 상처받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어릴 때 자식을 야단쳐도 밥은 먹여 가며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