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남짓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의 '사생팬' 노릇을 했다. 주요 일정에 따라붙었다.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핵심을 짚은 좋은 사진이 몇 장이나 남았는지 모르겠다. 갈 길이 멀다.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옛 사진 속 인물을 가리켰다. 1997년 '노동법 날치기' 철회 총파업 때, 국제노동계 대표단 일원으로 한국을 찾았던 사무총장이었다. 인연을 확인하는 데에 사진만 한 게 없다. 서로 손을 꼭 잡고 이제는 흔해진 기념사진을 남겼다. 박인상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나란히 전태일 열사 동상을 찾아 헌화했다. 평화시장 앞 식당 아주머니가 앞치마 차림으로 나와 까치발로 사진을 연신 찍었다. 남는 건 사진이라고 곳곳에서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카메라 들고 부지런히 기록을 남겼다.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 노동자들도 사무총장의 동선 따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노동 3권 보장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병풍처럼 늘어섰다. 전교조 조합원도 선전판을 들었다. 노동의 현실을 확인하는 데에도 사진만 한 게 없다. 오래된 필름 사진 속 구호가 오늘 디지털 파일 속에 여전하다. 갈 길이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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