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항의 기자회견은 목 타는 일이었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낸 페트병엔 얼음 동동 양파 달인 물이 들었다. 혈압에 좋단다. 한 잔씩 나누니 내내 찌푸렸던 사람들 표정이 금세 밝았다. 밥하는 동네 아줌마도, 간호조무사도, 요양보호사도 할 말이 울컥 차고 넘쳐 목이 바짝 말랐다. 꾹꾹 손으로 눌러 쓴 발언문 읽는 눈이 자꾸만 축축했다. 양파처럼 까도 까도 나오는 어느 국회의원의 막말에 눈이 매웠다. 차곡차곡 쌓여 왔던 설움 빵빵 터졌다. 일파만파다. 양파 대파 끓인 육수 앞에 국자 들고 땀 흘렸던 급식 조리사들은 낯선 국회에서 눈물 흘렸다. 오래도록 밤낮 없던 공장에서 밥했던 늙은 엄마의 노동을 떠올렸다. 부모님 건강검진 꼬박 챙기던 간호조무사 하던 누나의 노동을 새삼 생각했다. 시골집 냉장고 속 결명자와 온갖 약초를 끓인 엄마표 물맛이 떠올라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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