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총파업 2일차인 10일 오전 9시 서울시 용산구 코레일 서울사옥 앞 분위기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철도노조 조합원 1천여명은 수서발 KTX 분할을 의결하는 이사회를 중단시키기 위해 서울사옥 앞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코레일이 전날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4천356명을 직위해제하고, 간부 194명에 대한 고소·고발을 한 터라 이사회 시작 전부
찬바람 아리다. 해는 짧아 밤이 짙다. 매년 돌아온다지만 매번 혹독한 계절, 겨울이다. 월동 대책이 올해 또 큰 고민이다. 미루던 김장은 지난 주말 해치웠다. 온수매트를 사들였고 뽁뽁이 단열재 빈틈없이 발랐다. 바람 들던 문틈까지 꼼꼼하게 막았으니 올겨울은 견디려나. 웬걸, 집 밖에 나설 일이 잦다. 파업, 참다못해 나선 길이라지만 찬바람은 사정없다. 껴입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2차 파업을 통해 정부에 월 3만원 간격의 호봉제 도입 등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촉구했다. 1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전국 1천여개 학교에 일하는 3천여명의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하루 파업을 벌였다. 연대회의에는 전국여성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가 참여
늦가을 모란공원은 추웠다. 어김없이 사람들이 그 앞자릴 채웠다. 고개 숙였다. 노래했다. 저마다의 다짐을 마이크 잡아 풀어냈다. 기일이었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낡은 유서 한 부분을 누군가 읊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스마트폰 속 유서를 또 누군가 읽었다. 달랐지만, 닮았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배고팠던 청년 노동자는 제 몸을 살랐다. 남은 동료는 향을 살
한국공항공사 정문. 사장은 오지 않았고 기자가 오질 않았다. 기자회견 자리였다. 뒷자리 줄 지어 선 용역경비원이 눈을 부라렸다. 그늘진 자리 바람만이 내내 머리칼을 헤집었다. 기자들 빈자리엔 쌍용차 해고자며 연대단체 회원들이 섰다. 스마트폰 들어 사진을 찍었다. 뉴스는 다른 곳에 많았다. 누군가 해외에만 나가면 벌어지는 일이라고 사람들은 전했다. 사장 임명
가을, 작업복 입고 단풍 아래 선 저기 늙은 노동자에게도 잊혀진 계절 언젠가 한 번쯤은. 이룰 수 없는 꿈에 슬펐던 기억도. 퇴근길 반주 두어 잔에 불콰하게 취할 때면 생각나는 노래 하나쯤은. 노래방 마이크 부서져라 꼭 쥔 채 눈 감고 부를 애절한 가을 노래 한 곡쯤은 있지 않을까. 눈 감으면 추억여행 훌쩍.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서 나를 울린다니 또 훌
6년 만의 파업이다. 병원 로비가 북적였다. 구호며 노래 흘렀고 현수막이 곳곳에 많았다. 기자가 또 많았다. 휠체어 탄 환자가 그 앞을 지났고 플래시 사방에서 어김없이 번쩍였다. '볼모'로 잡힌 환자 사진이 다음날 신문에 많았다. 빨간색 파업 티셔츠 입은 사람들 배경으로 주사액 매단 환자가 위태로워 보였다. 불편을 호소하는 인터뷰가 잇따라 상세했다. 뒤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용산참사 유족이 눈 감고 가만 섰다. 애써 벌린 자동문 좁은 틈에 손가락 구겨 넣고 아무 말 없었다. 문 너머 그곳 어딘가에서 신임 사장의 취임식이 순조로웠다. 밤새워 지켜 그 문은 분명 열린 적 없었다니 김 사장은 뒷문·쪽문·옆문·개구멍, 그도 아니라면 비밀스러운 땅굴을 통했나. 그곳 한국공항공
땅에서 누군가는 빨간 머리띠를 고쳐 맸으며 또 어떤 이는 자꾸만 고개 들어 위를 살폈다. 거기 높은 곳 유리 벽에 가을 하늘이 짙었다. 바람 따라 구름 흘렀다. 거기 하늘 품은 창에 기대어 사람들이 버텼다. 진짜 사장 나오라는 바람 적어 저 밑에 전했다. 돗자리에 새긴 응원의 함성이 하늘을 향했다. 목 꺾어 목청껏 사람들은 필담을 나눴다. 점거농성이라고 불
전쟁은 살상과 파괴를 동반해 반드시 참혹하다. 고통은 언제나 낮은 곳 사람들 몫이었다. 높은 곳 올라 전쟁을 부르짖던 자들은 어딘가 숨어 배부르다. 사는 게 전쟁이라더니 가만, 곳곳에 죽음이 잇따르고 평화롭던 일상이 파탄 났으니 무릇 노동자 삶은 지금 전쟁 한복판이다. 빨갱이 사냥이 한창이더니 이번엔 역사 전쟁이다. 근현대사 역사교실 김무성 반장이 총대를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라던가. 국정원발 공안 광풍을 타고 종북좌파 척결 나선 늙은 어버이들이 오늘 여기 또 저기서 바쁘다. 찢고 부수고 불태우는 상징의식이 전매특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활동 탓에 그 이름 모르는 사람이 적다. 참칭이다.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한 무리 늙은 어버이들 나란히 섰다. 학교 야간당직 노동자라고 소개했다.
언젠가 사면초가 신세 국가정보원의 반격이 거세다. 엔엘엘(NLL) 회의록 공개며 내란음모 수사까지 거침없다. 무리수라는 비판은 무기력했다. 노림수는 통했다. 너희의 수(首)는 누구인가, 국가정보원의 호된 질문이 오랜 콤플렉스를 들춘다. 분단의 상처를 헤집는다. 그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 국회 본관 앞 애국애족의 군상 조형물 사이 계단 앞자리 모여 이석기 이
언제나처럼 기자들이 북적인다. 땀 냄새 진동한다. 움직일 틈 없이 꼭 붙어 살 부빈다. 생방송 연결을 기다리며 기자는 꼬이기 십상인 압수수색 한 마디를 주문처럼 되뇐다. 사다리 붙잡던 막내 기자는 틈틈이 빵과 우유를 사 나르고, 바닥에 앉아 깜박 졸던 누구는 카메라 셔터 소리에 화들짝 놀라 두리번거린다. 저마다 스마트폰 들어 뉴스를 검색하고, 노트북 펴고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다. 한국에서 알바노동자들이 스스로 노조설립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알바연대(대표 김순자)는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알바노동의 실태를 고발하는 행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노조를 설립해 단체교섭·단체행동으로 권리찾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알바노동자
낮은 곳에 임하라. 사진판의 흔한 충고 중 하나다. 쉽지는 않다. 대개 그것은 고행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건 열정 때문이다. 마음가짐이다. 눈높이 맞추려는 그 마음이 사진을 일군다. 거기 진심이 담기기 마련이다. 아지랑이 절절 끓던 한낮 세종로 바닥에서 한 보도사진가는 밀착취재 중이다. 그 앞으로 줄지어 선 사람들 몸 낮춰 연신 바닥
담벼락이 날로 높아 분단이 길다. 분쟁이 잦다. 철조망 가시에 상처 깊어 빨간 피 흘리던 사람들, 한 치 앞길이 아득한 뿌연 분말 속에서 헤맨다. 한계선을 두고 공방이 치열하다. 물벼락이 사납다. 그리고 폭력, 물타기가 이어진다. 불법 엄단이라는 준엄한 호통이 뒤따른다. 저 멀리 철탑이 여전히 높아 아찔한데 거기 사람이 산다. 9개월, 아득한 날들이다. 지
"우리가 또다시 포기하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동지들의 목숨을 또 내놓으라고 할 것입니다. 우리가 자본의 폭력과 불법에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수 있게 함께해 주십시오." 21일 새벽 2시.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 철탑농성장 위에서 들려오는 최병승씨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최씨가 철탑 앞에 모인 시민들에게 물었다. "지난
문화제 사회는 처음이라고 걱정부터 풀어놓던데 웬걸, 목소리는 우렁차고 발음은 또렷하니 숨은 고수더라. 단상에 오르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고 엄살이더니 순서 착착 잘만 돌아가던걸. 현란한 기교 따위 없었지만 담백함이 승부수. 주변에서 자기가 말을 제일 잘한다던 자랑이 빈말 아니다. 의정부 어느 학교에서 밥 짓고 배식하던 김미희씨 목소리에
비 오면 시큰시큰 아프다던 무릎은 어쩌고 마냥 뛰고 구른다. 얼마나 날래던지 눈 깜빡 한 번이면 상황 종료다. 충돌사고도 빈번해 비명이 잦았지만, 더 큰 웃음소리에 묻히고 만다. 추적추적 장맛비 내리던 지난 13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산골이 시끌벅적 난리다. 이렇게 웃어도 되는지가 걱정인 사람들. 처지는 각자 달랐지만, 다들 한때 들불이고자 했다. 세
꽃밭은 보다시피 무사합니다. 안전합니다. 겹겹이 경찰이 빈틈없이 지킵니다. 밤낮이 없습니다. 보살핌 속에 노랗고 빨간 꽃이 더없이 화려합니다. 옆자리 대한문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도 여전히 화려합니다. 꽃밭 수문장 교대식에도 절도가 있어 만만치가 않습니다. 왕국의 전통입니다. 길게 늘어선 경찰버스가 움직일 줄을 모르니 거기엔 담쟁이라도 키울 계획일까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