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11.18 토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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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하다
   
지나던 아이가 저게 꽹과리냐고 물었고 엄마가 징이라고 답했다. 하이디스가 뭐냐고 버스 기다리던 학생이 물었고 나도 모른다고 친구가 답했다. 뒤에 적은 먹튀를 알아보고 몇 마디를 보탰다. 먹구름이 짙었다. 곧 비가 내렸다. 우산 없는 사람들이 잰걸음으로 지나갔다. 흰옷 입은 해고자들이 줄지어 세 걸음을 걸었다. 징 소리 울렸고 바짝 엎드렸다. 징 소리에 일어섰다. 유모차 탄 아이가 졸음 투정하느라 징징댔다. 징 소리에 잠시 멈췄다. 비가 멈추는가 싶다가 다시 내렸다. 카페 2층 창가 자리에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노트북 펴 둔 사람이 느린 행진을 지켜봤다. 바닥이 젖어 짙었다. 장갑이 젖었고, 품 넓은 옷이 들러붙었다. 젖은 머리칼이 눈을 자주 가렸다. 검게 탄 얼굴이 차차 붉었다. 흰 옷 무릎팍엔 때가 탔다. 허리끈이 자꾸 풀려 어정쩡 추슬렀다. 징 소리 어김없이 울렸고 세 걸음을 걸었다. 징 소리에 절했다. 대통령 취임 100일이라고 종일 북적이던 청와대 앞을 향해 느릿느릿 나아갔다. 징하다 징해, 멈춰 서 한참을 지켜보던 사람이 혼잣말했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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