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치솟던 물줄기가 잠시 숨을 고른다. 소풍 나온 아이들이 물길을 가른다. 첨벙첨벙 발 딛는 소리마다 찰랑찰랑 긴 머리가 나풀거린다. 여기저기 노랗게 물들어 도심은 바짝 가을이다. 티 없이 짙푸른 하늘 아래 볕 닿는 것마다 반짝이는 철이다. 재잘재잘 수다가 끝이 없다. 웃느라 숨넘어간다. 쪼르르 서서 단체사진을 남기느라 온갖 폼을 잡는데, 그게 또 재밌다고 뒤로 넘어간다. 뛰고 뒤따르고 소리치고 웃는 아이들 품어 광장이 언젠가처럼 활기차다. 숙제 걱정, 시험 스트레스 잠시 내려둔 아이들이 가을볕에 여물어 간다. 미처 숙제를 끝내지 못한 엄마 아빠가 저 뒤로 노란색 팻말을 들고 섰다. 진상규명 여전한 바람을 읊었다. 바람에 날린 노란 은행잎이 길에 뒹굴어 바스락거린다. 화단마다 노란색 국화가 한창이다. 여기저기 노란 물 들어 또 한 번의 가을이 무심코 영글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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