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주최로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배달노동자의 노동실태 분석과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토론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플랫폼 배달노동자 10명 중 7명은 다른 일은 하지 않고 배달 일만 한다. 그리고 이들 노동자 84.8%가 1개 배달대행업체와 전속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플랫폼 배달노동자가 특정 사용자에 고용된 노동자와 다름없는 지위에 있다는 뜻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19일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최한 ‘전국 배달노동자의 노동실태 분석과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광주·대전을 비롯한 9개 지역 배달노동자 1천62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수도권 외 지역까지 배달노동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달 일만 한다” 74.4%
높은 전속성과 종속성 ‘확인’


조사 결과 배달노동자는 97.1%가 남성이며 평균 연령은 35.1세였다. 연령대로는 20~40대가 전체의 87.9%를 차지했다. 이들의 근속기간은 4.3년으로 상당수가 배달노동을 단기 아르바이트가 아닌 생업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흥준 교수는 “전국 단위 실태조사에서 배달노동자와 배달대행업체, 배달앱과 높은 전속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달업을 주업으로 하는 이는 84.8%다. 이 가운데 “다른 일은 하지 않고 배달 일만 한다”는 응답이 74.4%로 높게 나왔다. 특히 1개 배달대행업체하고만 계약을 맺고 일하는 배달노동자는 84.8%나 됐다. 다수 사용자가 아닌 특정 사용자와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노동자라는 의미다.

계약 내용은 업체가 전적인 권한을 가지고 결정한다는 응답이 53.2%였다.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진 경우도 42.5%로 확인됐다.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응답(12.2%)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의 배달노동자가 출퇴근 규율을 적용받는 것이다. 그런데 사무실로 출근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11.5%에 그치고 70.2%는 배달앱에 접속하는 것으로 출근 사실을 체크했다.

배달노동자들의 월평균 수입은 256만5천원으로 조사됐다. 평균 근무일수는 5.6일이고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6시간이었다. 시간당 수입이 1만1천900원꼴이다. 배달앱 수수료나 세금을 납부하고 나면 실제 수익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충남 당진의 배달노동자들은 월 180만7천원을 버는 데 그쳤다. 법정 최저임금조차 벌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의미다.

‘무법지대’ 달리는 배달노동자 보호 방안 절실

이날 토론회 초점은 노동법 사각지대에 방치된 배달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로 모였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이번 실태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라이더의 소득이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낮다는 것과 전속성과 종속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라며 “포괄적으로 노동법을 적용해야 최저소득을 보장하고 불이익한 근무조건 변경 금지와 공정한 계약서 작성 같은 보호조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단 노동법 보호를 받는 노동자로 규정하고 플랫폼 배달업 특성에 맞게 유연한 적용 방안을 찾자는 제안이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법 대상으로 포섭하려면 기존 노동법에 유사 노동자 같은 새로운 중간 범주를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 전통적인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성종 서비스연맹 대외협력실장은 “결국 방향은 노동기본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다만 플랫폼 경제와 플랫폼 노동에 대한 정의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현시점에서는 기본 인권적 차원의 접근, 예컨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의 전면적용 같은 과도기적인 정책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명진 한국노총 조직전략팀 실장은 사회보험 확대적용과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공정계약 교섭구조 구축, 플랫폼노동공제회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업계는 시장을 선점한 독과점 체제의 문제를 지적했다. 최종희 ㈜스파이더크래프트 대외협력이사는 “라이더 대부분이 속한 배달대행시장은 형성 초기 단계인데도 극소수 기업들이 이를 선점하고 겸직 금지 조항과 위약금 조항을 앞세워 라이더의 이직을 가로막고 초법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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