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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배송·주문 수락 강제”] ‘사용자 자리 꿰찬 알고리즘’ 속수무책인 배달노동자라이더유니온 “취업규칙 다름 없어, 단협 주제로 논의하자”
▲ 라이더유니온 주최로 3일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 교육장에서 열린 “나의 사장님은 알고리즘?” 배민쿠팡라이더 증언대회에서 한 라이더가 발언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화면에는 인공지능(AI)가 안내한 배달경로 사진이 떠 있다. <정기훈 기자>

5년차 배민라이더스 이병환(43)씨는 최근 콜(주문) 수락 거절이 배차지연에 미치는 영향을 몸소 체험했다. 자동배차된 콜을 연속해 거절하자 콜이 30~40분 동안 뜨지 않았다. 일반배차(전투콜 방식)를 눌러 봐도 잡을 수 있는 콜은 없었다. 일감이 없어 집으로 발길을 돌리던 이씨는 길에서 우연히 동료와 마주쳤다. 동료의 앱에는 일반배차 콜이 80건이 떠 있었다. 이씨는 “회사는 배차를 거절하면 배차가 지연된다고 말하긴 하지만 몇 번 거절하면 어떻게 제재를 받는지 라이더는 알 수 없다”며 “당해 봐야 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배민라이더스는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주문앱 ‘배달의민족’을 통해 들어온 주문 배달을 주업으로 수행하는 노동자다. 자신 소유 운송수단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부업 노동자는 배민커넥터라고 불린다. 이들은 일반배차와 AI추천배차(자동배차)를 선택해 일할 수 있다. 일반배차는 전투콜 형태로 라이더가 직접 수행할 콜을 경쟁적으로 선택한다. 반면 AI추천배차는 회사가 배달노동자에게 콜을 자동배차하는 방식이다.

이씨뿐 아니다. “길치라 모르는 지역 콜을 거절했더니 한참 동안 콜이 배차되지 않아 고생했어요” “(AI)추천이 아니라 강권”이라는 후기처럼 플랫폼 기업이 만든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고생했다는 플랫폼 노동자의 증언은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노동계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취업규칙과 다름없는 알고리즘을 회사 손에만 맡겨 놔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직선거리로 배달 소요시간 측정, 신호위반 조장”

라이더유니온(위원장 박정훈)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고리즘 불이익 변경에 대해 노동자가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라이더에게 부여해야 한다”며 “알고리즘에 관한 내용을 단체협약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규칙은 근로계약에 적용되는 임금이나 근로일자,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복무규율을 규정한다. 특수고용직인데다 전속성이 약한 플랫폼 배달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은 없다. 하지만 플랫폼기업이 만든 알고리즘이 배달노동자의 근로환경을 사실상 규율한다는 점에서 취업규칙과 유사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박정훈 위원장은 “네비게이션으로 보면 22분 걸리는 거리를 10분 안에 가라고 알고리즘은 안내한다”며 “인간의 힘, 난폭운전이나 신호위반으로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회사는 12분의 기준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민라이더스·배민커넥터가 사용하는 업무용 앱은 ‘라이더 위치~음식 픽업지~배달지 사이 거리’를 실제 이동 동선이 아닌 직선거리로 표기한다. 길이 없어 돌아가야 하는 거리 사정, 이륜차가 이동할 수 없는 계단 등을 고려하지 않으니 배달 소요시간은 과도하게 짧다.

라이더의 임금에 해당하는 배달 건당 수수료도 ‘알고리즘’에 따라 실시간 변동한다. 배달주문앱 ‘쿠팡이츠’를 통해 들어온 주문 배달을 수행하는 배달노동자 ‘쿠팡이츠 쿠리어’는 업무용 앱을 통해 지역별 주문 현황·지역구별 실시간 수수료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중구에 주문현황이 ‘많음’으로 표기되고 배달 건당 수수료가 4천원이 넘어 일할 채비를 했지만 이후 일터에 나가 받게 될 수수료 액수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수입이 널뛰는 구조다.

“알고리즘 지휘·감독 심화”

라이더들은 알고리즘을 통한 회사의 지휘·감독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라이더유니온이 배달노동자 93명(쿠팡이츠 쿠리어 23명·배민라이더스 혹은 배민커넥터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알고리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차거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라이더 중 85%가 “배차거부에 따른 불이익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터 70명에게 AI추천배차시 배달시간 압박을 받는 정도를 10점 척도로 물었더니, 평균 압박 정도는 7.5점이었다. 쿠팡이츠 쿠리어의 경우 ‘내평점’ 의식 정도를 묻자 평균 8점(10점 척도) 정도가 나왔다. 상당히 의식하면서 일한다는 의미다. 내평점은 배차에 영향을 미친다. 쿠팡이 쿠팡이츠 쿠리어 업무용 앱에 띄우는 실시간 지역별 주문현황과 건당 금액 정보는 “너무 순식간에 바뀌어 의미가 없다” “주문 현황과 실제 콜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용하지 않다고 느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알고리즘의 지휘·감독은 (플랫폼기업이 노동자를) 평가하고 등급을 나누면 갈수록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알고리즘에 대한 단체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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