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마사회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돼 1일부터 모든 경마경기를 중단하고 부분 휴업에 돌입했다. 이 여파로 경마경기 상금도 지급이 중단돼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7일 마사회노조와 마필관리사노조에 따르면 마사회는 1일부터 무관중으로 진행했던 모든 경마경기를 중단했다. 마사회 전 노동자는 일주일에 이틀 일하고 사흘은 휴업수당을 받는 방식으로 부분 휴업에 돌입했다. 휴업수당도 50%로 삭감할 전망이다. 마사회노조는 지난달 이 같은 마사회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마사회노조 관계자는 “휴업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었으나 고통분담 차원에서 동의했다”며 “말 산업 유지를 위해 무관중 경기에 지급해 온 상금 약 70억원마저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이틀 일하고 사흘 휴업
“무관중 경기 상금 70억원도 부담”


문제는 매주 지급된 상금 70억원이 현장에선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임금이라는 점이다. 기수와 마필관리사는 마사회가 아닌 마방(마구간)을 관리하는 조교사에게 고용돼 임금을 받는다.

기수의 수입은 경마경기 성적에 따라 지급받는 상금과 평소 말을 훈련하면서 받는 조교수당이다. 마필관리사도 경마경기 성적에 따라 상금을 받고, 기수와 달리 말을 관리하면서 말 위탁관리비를 받는다. 이 가운데 상금은 마사회가 매주 지급한 70억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김보현 마필관리사노조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지부장은 “상금이 수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며 “경마경기를 중단해 상금 70억원 지급을 중단하면서 당장 월급 절반이 깎이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예 지급이 중단된 상금 외에 조교수당과 말 위탁관리비도 지급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마사회에 경주마를 맡긴 일부 마주가 경마경기가 치러지지 않는다며 관련 비용 지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당초 마주는 한 해 경마경기 출전수를 조건으로 마사회와 계약해 말을 마방에 맡기고 비용을 낸다. 마사회가 경마경기를 전면 중단하면서 정해진 경마경기 출전수를 채울 수 없게 돼 비용도 낼 수 없다는 게 일부 마주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최근 마사회를 상대로 경마경기중단취소 가처분신청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가처분신청은 기각됐다.

일부 마주 ‘경기 없다’며 말 관리비 지급 안 해

김보현 위원장은 “가처분신청이 기각됐어도 막무가내로 말 관리 비용을 내지 않고 있는 마주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이들과 마사회가 말 회수 등을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기수와 마필관리사를 위한 지원방안까지 논의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경마경기 중단이 길어지면 기수와 마필관리사는 해고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기수와 마필관리사를 채용한 조교사들이 일부 취업규칙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취업규칙을 고쳐 휴가를 축소하거나 급여를 삭감하는 등 조처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마필관리사노조는 황급히 조합원들에게 개별적인 취업규칙 변경 요구에 응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노조에 관련 교섭을 위임하는 위임장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도 노동자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해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개정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조에 취업규칙 관련 협의를 일임한다는 위임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마사회의 재정적 어려움은 눈에 띄게 커진 게 사실이다. 마사회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마사회 매출손실액은 약 4조원이다. 손실액이 올해 말 6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87% 감소할 전망이다. 마사회쪽은 “매년 납부하는 국세·지방세 또한 약 1조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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