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정규직화 후속대책 이행과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보장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업무상재해로 숨진 청년노동자 김용균씨의 2주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죽음의 외주화를 막겠다던 정부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고 김용균씨처럼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비정규직 신분이다.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노조와 수산ENS노조가 12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은 고 김용균 사망사고 후속대책 발표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12월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5개 발전사가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를 하는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경상정비 업무는 근로자 처우와 고용안정성을 개선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후 연료·환경설비 운전과 경상정비 두 개 분야를 나눠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한전산업개발(지분구조 한전 29%, 자유총연맹 31%)을 공공기관화해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를 직접고용하려면 한전이 자유총연맹의 지분을 사들여야 하지만 매수가 늦어지고 있다. 경상정비 업무의 경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는 도급계약기간을 기본 6년에 추가 연장계약을 하도록 제안했지만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당초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22개 권고안을 발표하며 “경상정비 업무는 한전KPS로 재공영화하고, 민간정비회사 소속 노동자는 한전KPS가 직접고용하라”고 제안했다.

발전설비와 관련한 관제·운영·정비 업무는 생명·안전업무로 정부가 2017년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같은해 7월 “생명·안전업무의 직접고용원칙”을 제시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비정규직 사용제한이 필요한 생명·안전업무의 범위 등에 관한 연구’에서 해당 업무를 비정규직 사용이 제한돼야 할 업무로 꼽기도 했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은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는 “정부와 여당은 노무비가 삭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는 지급 불가 입장을, 경상정비업체는 원청인 발전사에서 받은 직접노무비도 하청노동자에게 전액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전사가 노무비를 협력사의 별도 전용계좌로 지급했지만, 협력사가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발전소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송상표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장은 “발전사는 경상정비업무를 비정규직으로 남기려 하고 있다”며 “고용안정을 통해 발전소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앞서 시민사회와 합의했던 합의 내용과 진상규명위가 권고했던 (죽음의) 원인을 해결해야 할 주체는 정부”라고 강조했다.

박인범 수산ENS노조 정책국장은 “2018년 12월 한 안타까운 청년의 죽음에 함께했던 모든 분들이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도록, 차별받지 않도록 고 김용균 노동자 동료들의 투쟁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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