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지난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참여를 결정하면서 노사정 대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고용보장과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한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총고용 보장과 해고 금지,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주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재계는 노동유연화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회적 대화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민주노총까지 참여해 진행된다는 점에서 외환위기를 계기로 진행된 98년 사회적 대화와 비견될 수 있다. 노사정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유의미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까. 아니면 선언적인 합의문을 만들어 내는 데 그칠까. 후폭풍 없는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소득보장·사회안전망 확대·노동기본권 보장이 중요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코로나19 위기로 양극화가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경제위기를 관통할 때마다 불평등이 심화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는 당시보다 충격이 더 클 것이다. 위기로 인한 피해가 우리 사회 가장 약한 고리인 플랫폼·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자 같은 취약계층부터 시작되고 있다. 지금은 대공황 때 와그너법 같은 혁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소위 21세기 한국형 K뉴딜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인류는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인류가 상대해 보지 못한 바이러스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노동의 미래와 일의 방식이 바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불안정노동에 대한 소득보장과 사회안전망 확대, 노동기본권 보장이다.

구체적으로 첫째, 일자리와 일터를 지키기 위한 노동시간단축과 해고 금지, 고용안정협약과 연계한 기업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5명 미만 사업장과 특수고용 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생계를 보장하고 고용보험에 가입시켜야 한다. 셋째, 국가 재난·질병관리 대응 인프라 확충, 상병수당 도입 같은 사회안전망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넷째, 원청 대기업의 납품단가 보장, 기술갈취 방지, 프랜차이즈 가맹수수료·플랫폼 중계수수료·임대료를 인하해야 한다. 사회연대기금 조성·지원 등 공정거래와 상생협력·경제민주화를 이뤄 내야 한다. 다섯째, 사회서비스·IT 디지털·고용서비스·교육훈련 분야 산업을 육성하고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시대에 국가채무비율 40%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최소 연말까지 지원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코로나19 위기와 고통의 터널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설령 이번 위기를 운 좋게 넘기더라도 제2, 제3의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은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 노사정의 힘과 지혜를 모아 내고, 고통받고 있는 국민께 용기와 희망을 주는 선도적 역할을 경주해 나갈 것이다.

노동계, 준비 없이 임하면 후과 감당 힘들어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경제위기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 그런데 지금 얘기되는 사회적 대화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제도적 틀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원포인트 대화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쟁점으로 주목받은 상태다. 원포인트 대화가 전체 노동계를 포괄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기존 불완전한 사회적 대화를 확장했다는 의미는 있다. 출범 자체는 환영하지만 원포인트 대화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노사정이 모두 곱씹어야 한다. 지금의 위기가 한 번의 대화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사정 모두가 원포인트 대화를 자기들에 유리하게 해석하는 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노동계를 끌어냈다는 명분을 갖게 됐다. 경영계는 노동의 양보와 정부의 지원을 압박할 알리바이를 만들고자 할 것이다. 노동계는 이 속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민주노총은 이 대화의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현장 조합원들과 얼마큼 교감했는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노동의 양보가 틀림없이 논의될 텐데, 그때 조직 내부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노총도 지난 3월 경사노위 합의안을 넘어서는 내용을 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원포인트 대화에 경영계가 들어오는 이상 추상적 논의에서 끝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임금인상과 노사갈등을 자제하고 사회복지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자는 덕담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다.

노동계 내부 혼란이 불거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도 된다. 민주노총이 이번 대화를 계기로 업종별 노정대화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무용론을 제기하고 나서면 그 후과를 감당하기 어렵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노동계가 얻을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아 보인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노동계에 줄 선물로 보이지만 이미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기업지원시 해고 금지도 정부가 연계 장치를 갖추고자 준비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제도개선, 노동권을 강화할 제도개선 등 그 밖의 과제를 노동계가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양대 노총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는 그 의미와 상징성이 매우 중하다. 노동계가 정교하게 내용을 준비하고 대화에 임했으면 좋겠다.

해고 금지와 전 국민 고용보험을 향해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

어려운 과정을 거쳐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시작된다. ‘원포인트’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사실 한국 사회 발전과 노사관계 측면에서 바라보면 천포인트, 만포인트 이상의 정치적 무게감을 느낀다.

민주노총은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사회적 대화는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다. 하지만 코로나19 재난위기 상황에서 피해가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무와 역할을 피할 수 없어 선제적 제안을 했다.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할 것이다.

재난위기 극복을 위해 열리는 사회적 대화인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노동자들의 해고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미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공공의료 등 사회안전망 확대도 구체화해야 한다.

논의 과정과 접근 방식도 중요하다. 그동안 노동자 입장에서 사회적 대화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충분한 협의의 결과물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성과 중심의 이벤트식 대화를 하고, 합의를 전제로 밀어붙이면서 막판 혼란이 가중됐다. 위기 극복에 대한 전망과 대안 없이 그냥 위기니까 양보하고 타협하자고 하는 것은 너무 식상하다. 기계적이다. 감동이 없다.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19를 위해 노사정 주체 모두의 참여와 기여 속에 새로운 사회연대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고민 없이 정치공학적으로 임금과 고용을 맞바꾸자는 식의 사회적 대화는 바람직하지 않고 성공할 수도 없다. 모두가 이기는 사회적 대화를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국 단위 사회적 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지역 차원의 중층적 대화가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우물에서 숭늉 찾는 식의 우를 더 이상 범해선 안 된다.

해고 금지 요구하면 대화 안 돼, 노동시장 격차 완화 필요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

현재 수출이나 생산지표를 보면 상당히 어렵다. 겁이 날 정도다.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다.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고 기업 생태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도 중요하다.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 핵심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에 최대한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 이미 두 번의 큰 경제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계는 총고용 보장과 해고 금지를 내세우고 있다. 사회적 대화를 하자면서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사회적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도 그런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는 데다가,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지금 고용지표를 보면 사회적 약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반면 노조가 조직된 쪽은 그나마 1차 노동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지위를 누려 오지 않았나. 고통을 분담하고 희생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사회적 대화 성과를 만들 수 있다.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의 격차가 너무 크다.

고용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기업 근로자와 정규직으로 구성되는 1차 노동시장과 중소·영세 사업장 근로자와 비정규직인 2차 노동시장의 격차를 완화하지 않으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어렵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다.

노동계는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대기업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양극화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지 않고 정부와 대기업에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적 대화에서는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처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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