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열렸다. 민주노총

“일자리와 일터를 지켜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 분위기는 이 세 문장으로 간추려진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사회·경제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관하는 사회적 대화가 첫발을 뗐다. 양대 노총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양대 노총 외환위기 이후 처음 함께한 사회적 대화

회의 시작 분위기는 밝았다. 노사정 대표자들은 코로나19와 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에게 감사와 응원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는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 총리는 98년 새정치국민회의 의원 신분으로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간사위원을 맡았던 소회를 언급했다. 그는 “20여년이 흘러 총리로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게 돼 더욱더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일자리와 일터를 지키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힘을 모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뜻을 모은다는 목표 아래 비상한 각오를 갖고 논의에 임해 달라”며 “이번 대화를 발판 삼아 사회적 대화가 지속해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양대 노총 요구 일치…
고용보험 확대 포함 사회안전망 강화


노동계와 재계 요구는 확연히 달랐다. 양대 노총은 특수고용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계는 임금양보와 노동유연화,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당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밀도 있는 대화를 통해 빠른 시일 안에 합의해야 하고, 최소한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하자”며 “노사는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지혜를 모으고, 정부는 노동자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연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일자리를 지키고, 노동존중·사회안전망 확대 가치에 걸맞은 과제들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재난시기 모든 노동자에 대한 해고금지,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등 사회안전망 전면확대는 (노사가) 주고받는 의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재계는 기업지원·노동유연화 추진·임금대타협(양보)을 정부와 노동계에 요구했다.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은 “코로나19로 시장 수요가 사라지면서 영업 적자에 처한 기업들이 막대한 고용유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유동성 공급 등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확대 시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임금대타협을 통해 노사가 서로 협력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한다”며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우리 제도와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지난 13일 경총 회장단회의에서 법인세 인하와 직무·성과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노동유연화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꼽은 바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얘기는 결이 약간 달랐다. 그는 “이번 위기는 누구 책임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사가) 상호 고통분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사회안전망 문제와 부도를 막을 조치를 정부가 만들어 줘야 합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변함없는 재계 ‘임금양보·노동유연화’ 요구

이날 이후 노사정 대화는 실무협의기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코로나19로 불거진 경제·고용 문제와 관련해 참가 단체들이 서로가 제안한 의제를 조율해 나간다. 실무협의는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주재하고 노사 정책담당자가 참여한다. 여기서 해결하지 못하는 쟁점은 부대표급(차관급) 회의, 부대표급 회의에서도 마무리하지 못한 쟁점은 대표자급(장관급) 회의에서 논의한다. 실무협의는 22일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해고금지·노동유연화처럼 노사 견해차가 큰 의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의제를 두고 이견이 커 사회적 대화는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을 조율할 정부 역할이 막중해질 전망이다. 정 총리는 “국민께 희망과 용기를 드려야 한다”며 “다름을 인정하고 때로는 절제와 인내의 미덕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노사를 조율할 계획은 있는지 묻는 기자들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대표자회의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김명환 위원장과 김동명 위원장, 손경식 회장과 박용만 회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과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참관인 자격으로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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