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과세계
서울 종로구 귀금속 세공·수리업소에서 일하는 A씨. 시안화나트륨과 과산화수소를 주로 사용해 귀금속의 불순물을 벗겨 내는 작업을 한다. 화학물질이 손이나 얼굴에 튀기도 하지만 안전장비를 갖추고 일해 본 적이 없다. 특수건강검진이란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그저 ‘별 문제 없겠지’ 생각만 할 뿐이다.

A씨처럼 서울지역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길이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시의회 정례회 21일째인 21일 상임위원회별 예산안·법안 심사가 본격화했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는 28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 제정안을 심의한다. 다음달 20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 경기도·경남도에 이어 세 번째로 노동안전보건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된다.

조례안은 서울시가 3년마다 노동안전보건 기본계획을 수립해 50인 미만 사업장, 봉제·제화·귀금속 세공노동자, 소규모 서비스·IT업계 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건설노동자, 시설관리 노동자, 이주노동자, 특성화고 현장실습 노동자에 대한 산재예방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고조사위원회 구성을 명시한 점도 눈에 띈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노동자·민간이 참여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그동안 유족이나 노동계, 관련 단체가 힘겹게 싸운 뒤에야 꾸려졌던 사고조사위원회 구성·활동을 조례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서울본부·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위험의외주화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조례가 제정되고 지역 노동자에 대한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노동존중 특별시를 내세웠던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더 늦기 전에 노동안전보건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서울시 노동안전보건조례는 다른 지자체의 모범이 될 것"이라며 "노동자 목소리를 반영해 제대로 만든 조례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봉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주얼리분회장은 "서울의 도심형 제조업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해 지역노동자의 생명을 지킬 안전망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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