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2019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노동법 개악 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이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맞아 개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 삼성전자노조 깃발이 등장했다. 삼성전자 창립 50년 만에 생긴 한국노총 소속 노조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는 삼성전자노조와 국공립대조교노조·사회서비스노조처럼 처음으로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손에 "쟁취 노조할 권리"라고 적힌 노란색 손피켓을 들었다.

전태일 열사 49주기에 울려 퍼진
"노조할 권리를 달라"는 외침


진윤석 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이날 "노조설립 4일차 되는 새내기"라며 "선배 노조 조합원들이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삼성전자노조를 잘 이끌어 달라"고 인사했다. 그는 "노조할 권리는 어떤 이유가 있어 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누리는 것인데,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그동안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노조에 어떻게 가입할 수 있는지, 노조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묻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박형도 국공립대조교노조 위원장은 "헌법재판소가 교수의 노조할 권리도 보장하는데 조교만 국공립대학에서 유일하게 단결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해마다 재임용 심사를 반복하는 조교의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조할 권리 보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도 사용자가 교섭에 응하지 않아 노동 3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찬 사회서비스노조 프리웰지부장은 "서울시가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를 추진하면서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해고 위기에 놓였다"며 "단체교섭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아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우정노조는 대회에 앞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사전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동호 위원장은 "국민만을 생각하며 파업을 유보했는데 정부가 약속한 노사합의가 종잇장 취급을 받고 있다"며 "집배원 증원과 집배보로금 체불을 해결하지 않으면 12월 토요택배 거부를 시작으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사라지고 드론 등장하고

한국노총 노동자대회는 국회 바로 앞에서 열렸지만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회자가 "한국노총 전 위원장"으로 소개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만 함께했다. 한국노총이 국회의원을 초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노한 민심을 국회가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주영 위원장은 "집권여당과 보수야당이 당장 눈앞의 이해타산을 따지며 노동자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강력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대회 유일한 연대사는 김남근 변호사가 맡았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이면서 민변 부회장인 김 변호사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재벌과 손잡고 노동개혁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며 "재벌개혁 쟁취와 노동악법 저지를 위해 한국노총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다음달 5일 '99% 상생연대'를 발족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공조를 구축하는 연대단체다. 계층·직능별 단체를 포괄한다. 한국노총은 흔들리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아래로부터의 연대'로 바로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서는 '드론'이 맹활약을 했다. 국회 앞 도로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에 비좁은 감이 있다. 한국노총은 7개 카메라로 4개 스크린에 무대를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드론 카메라가 공중에서 무대와 전체 참가자들을 수시로 비춰 생동감을 살렸다. 한국노총은 최근 뉴미디어 홍보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날 '여기가 유튜브 맛집'이라는 부스를 운영하면서 한국노총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 캠페인을 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조합원을 위한 '키즈존'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주택임대차보호법(주택임대차법) 개정 촉구' 부스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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