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 앞 희망연대노조 CJ헬로고객센터지부 천막농성장 내부 모습. <강예슬 기자>

"아침부터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해해 주세요. 제 말을 듣고 LG유플러스에 CJ헬로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어떤 요구를 하는지 기사를 찾아봐 주세요. 댓글 좀 달아 주세요. 그럼 정부도 기업도 노동자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겠습니까."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 앞 공간에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일하는 청년활동가 배병길씨 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코트를 여민 채 총총걸음으로 그의 곁을 지나쳤다. 배씨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합병하면서 침해될 케이블방송의 지역성·공공성, CJ헬로 협력업체 노동자 고용불안을 이야기했다. CJ헬로는 인터넷·케이블방송을 설치·수리·철거하는 고객센터 업무를 협력업체에 맡기고 있다.

"일자리 없어지냐고 아내가 물어요"

12일 오전 LG유플러스 사옥 앞에서 희망연대노조 CJ헬로고객센터지부·비정규노동센터·민생경제연구소·새로하나 등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12시간 필리버스터를 했다. 오전 8시에 김상열 노조 조직국장 발언으로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저녁 7시에 끝났다. 이달 1일에 이어 두 번째 열린 필리버스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내놓았다. 최종 승인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사만 남았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CJ헬로고객센터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는 노조 요구에 답하지 않고 있다.

인수합병을 앞둔 CJ헬로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애가 탄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장소 바로 옆에서 천막농성 중이던 지부 의정부지회 조합원 권대영씨는 "LG유플러스는 고용보장에 관한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며 "아내가 묵묵히 제 결정을 따라 주고 있지만 가끔 진짜 일자리가 사라지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지부는 지난달 30일 LG유플러스 사옥 앞에 천막을 펼쳤다. 9월26일부터 서울 마포구 CJ헬로 상암 본사 앞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했지만 "피인수기업은 결정권한이 없다"는 말만 반복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인수기업인 LG유플러스 역시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긴밀히 유지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5평 남짓한 농성장 한편에 이불과 침낭이 놓여 있었다. 응원차 누군가가 사 왔다는 비타민 음료 박스도 있었다. 권씨는 "아직 영하로 안 떨어졌으니 가스 난로 하나로 버틸만 하다"며 "앞으로 추워질 텐데 그때가 걱정"이라고 귀띔했다.

전날 밤 권씨와 함께 농성장을 지켰다는 조합원 이재훈씨는 "집 나가면 고생이라고 하지 않냐"며 "군대에서 더한 야외취침 경험도 있어 농성장 환경은 양호한 편"이라며 웃었다. 조합원들은 하루 연차를 내고 교대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방송의 공적책임 실현 여부 심사하라"

노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수합병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케이블방송 지역성이나 지역노동자 노동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방송의 공적책무와 공익을 실현하는 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방송법(15조2 2항)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및 공익성 실현가능성을 심사해야 한다.

정부 심사가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기영 장관은 10월 국정감사에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많이 늦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기준은 깜깜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의 공적책임을 무엇으로 정의하고 어떤 평가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는지 알기 어렵다. 노조는 "심사 과정과 사업자가 제출한 내용을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사업 종사자나 지역 시청자들의 의견을 심사 결과에 반영해야 한다"며 "방송의 공적책임에 따라 피인수기업 외주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보장과 불법적인 고용구조 개선 같은 포괄적인 노동권 보장 여부를 중점적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