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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직접고용 시정명령 어느 기준에 맞출까] 비정규직들 "모든 생산공정 불법파견, 서울고법 판결 따라야"노동부 "대법원 판결 안 났다” … ‘직접생산공정만 불법파견’ 검찰 기준 따를 듯
▲ 배혜정 기자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이 확인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리기 위해 대상 인원을 확인 중인 가운데 기아자동차 비정규 노동자들이 "법원 판결 기준대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말하는 '법원 판결 기준'은 자동차공장 컨베이어 흐름상 직접생산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뿐만이 아니라 생산관리·출고·포장업무 등 간접생산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까지 모두 불법파견으로 본 2017년 2월10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말한다.

서울고법 "자동차 생산공정 사내하청은 불법파견"

금속노조와 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 이제그만 1천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는 검찰 기소 기준이 아니라 법원 판결을 기준으로 삼아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원지검은 최근 박한우 기아차 사장 등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면서 자동차 생산공정에 직결되는 업무에 대해서만 불법파견 결론을 내렸다. 직접생산공정이 아닌 생산관리·출고·물류 등 71개 공정은 불법파견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검찰과 달리 서울고법은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공정을 폭넓게 판단했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던 현대자동차 직접생산공정(차체·도장·의장공정)은 물론이고 소재제작공정(엔진·범퍼제작공정)과 생산관리업무·출고업무·포장업무 등 간접생산공정까지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모든 자동차 생산공정은 한 대의 자동차 생산을 위한 일련의 작업과정 또는 부분 공정에 불과하다"며 "비록 정규직 근로자의 공정 사이사이에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분리된 공간에서 작업하긴 했지만 기능적·기술적 관련성과 연동성을 무시하고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담당업무의 본질을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차체부터 도장·조립·검사·생산관리·차량운송·제품포장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이 완성차를 생산하기 위한 일련의 유기적 과정으로 결합돼 있기 때문에 직접공정인지 간접공정인지에 따라 불법파견 판단이 달라질 수 없다는 뜻이다.

원고측을 대리했던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장은 "당시 사용자들은 모든 공정이 합법도급이라고 주장했다가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항소심에서는 직접공정·간접고용을 구분해 주장했다"며 "항소심법원은 사용자 주장을 일축했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법원 판결은 분쟁 발생시 가장 소극적인 해석인데 노동부가 최소한의 개입을 하는 사법부보다 못한 행정력을 발동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자 권리를 짓밟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서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사건을 조사했던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현대차 불법파견 조사 당시 사실상 전 공정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있었는데도 노동부가 검사 수사지휘에 따라 불법파견 범위를 축소한 뒤 일부 공정에 대해서만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실을 확인해 이에 대한 시정권고를 했다"며 "검찰과 노동부가 현대차 불법파견 사건에서 보였던 태도를 기아차 불법파견 사건에서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단식농성에 돌입한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은 "노동부가 최소한의 법원 판결 기준에 따르지 않고 검찰 기준대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린다면 박근혜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재벌의 불법을 비호하는 적폐세력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에서 뒤집히면 누가 책임지나"

노동부는 서울고법 판결을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기아차 노사합의로 특별채용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대법원 판결 전 전체 공정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접고용을 명령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리스트업 중이며, 절차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법원 판결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2심 판결대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했다가 대법원 가서 뒤집히면 누가 책임질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가급적 노사합의로 직접고용되는 게 좋지만 비정규직지회와 원청 노조 생각이 달라 쉽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아차 관계자는 "특별채용을 할 때 대상을 넓게 열어 놓고 받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거의 끝난 문제로 보고 있다"며 "만약 대법원에서 컨베이어(직접생산공정)는 불법파견, 아닌 곳(간접생산공정)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이 사람들은 특별채용도 못하고, 보상도 못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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