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을 사내하청업체에서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파견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2015년 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 노동자들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지 4년 만에 불법파견 결론을 내린 것이다.

수원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김주필)는 박한우 사장과 전 화성공장장 등 2명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박 사장은 파견대상이 아닌 자동차 생산업무 등 151개 공정에 16개 사내협력업체로부터 860명의 노동자를 불법으로 파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옛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사내하청분회는 2014년 9월 서울중앙지법이 화성공장 비정규직 468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노동자 손을 들어주자 이듬해 7월 박한우 사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기아차 화성공장을 관할하는 수원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수원지검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에 수사를 지시했다.

경기지청은 2017년 5월에야 기아차 화성공장 현장조사를 했고, 지난해 12월 생산공정과 관련한 업무를 맡은 하청업체 일부에 대해 불법파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올해 1월 기아차 화성공장을 압수수색했다. 그런 다음 자동차 생산공정에 직결되는 업무에 대해 불법파견 결론을 내렸다. 직접생산공정이 아닌 출고·물류·청소를 포함한 71개 공정은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고발장에 포함됐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내협력사 계약업무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며 기소대상에서 제외했다.

고발장 접수 4년 만에 나온 결론에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는 허탈함과 분노를 표출했다. 지회는 "노동자 수사는 KTX 속도로 하는 검찰이 불법파견 사용자 수사는 지렁이 속도보다 느리다"고 비판했다.

지회는 이어 "20년 가까이 지속된 현대·기아차 불법의 최종책임자인 정몽구 회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것과 장기간 불법행위에 대해 박한우 대표이사 등을 불구속으로 기소한 것은 검찰이 여전히 재벌대기업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검찰은 이미 기소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고, 불기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재수사를 통해 재벌대기업 사업장에서 오랫동안 이뤄진 불법을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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