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8.24 토 08:00
상단여백
HOME 사회ㆍ복지ㆍ교육 노동복지
[노동자 안전 사각지대]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불산 누출 숨겼다지난해 1월 불산 테스트 중 폭발사고 … 피해 노동자에 '사고 축소' 지시도
▲ 배혜정 기자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를 생산하는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에서 지난해 1월 테스트 중 불산(불화수소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회사가 이를 축소·은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불산가스를 흡입해 호흡곤란과 가슴통증을 호소한 노동자에게 사고 축소를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화학물질관리법상 불산 같은 유해화학물질이 기준치 이상 누출됐거나 인체나 환경에 영향이 있을시 유출량에 상관없이 15분 내 즉시 신고를 해야 한다.

지난해 1월22일 사고, 가슴통증·호흡곤란 겪어
“병원에 ‘작은 사고라 말하라’ 지시받아”


4일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22일 오후 3시께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후처리실(산처리실) 내 6개 방 중 한 곳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노란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연구소 직원들이 불산으로 테스트를 하던 방이었다. 사고가 난 방에는 연구소 직원 두 명이, 방 밖에는 작업을 준비 중이던 노동자 두 명이 있었다.

평소 후처리실에서는 황산·질산·염산에 다이아몬드를 세척해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당시 후처리실 방 밖 작업장에 있었던 노동자 A씨는 "연구소가 (평소 사용하지 않는) 불산을 가지고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폭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룸(방) 안에는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돼 있었는데, 기계가 한 번에 빨아들일 수 있는 용량을 넘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A씨와 함께 있었던 B씨는 "폭발음이 들리고 순식간에 가스가 퍼져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며 "불산가스 누출시 방어할 만한 작업복이나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여서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방에 있었던 연구소 직원들은 보호복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A씨와 B씨는 일반 작업복 차림이었다.

그날 밤 집에서 자던 중 가슴통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겪은 A씨는 다음날 회사 협력병원에 갔다. 의사는 "불산은 위험물질이라 소견서를 써 줄 테니 인근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진단했다. 이를 회사에 보고한 A씨는 관리자에게서 황당한 지시를 받았다. A씨는 "회사에서 '비이커에 소량의 불산을 넣고 테스트를 하다가 비이커가 깨져서 누출됐다'는 식으로 병원에 설명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다행히 대학병원에서 받은 혈액·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는 석 달 뒤 재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지만 A씨는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고 한 달여 뒤 또 다른 관리자에게 "병원은 뭐하러 갔다 왔냐"며 "몸이 그렇게 아파서야 일은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질책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몸은 괜찮냐고 안부를 물을 줄 알았는데, 화풀이하듯 얘기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B씨는 "불산뿐만이 아니라 매일 황산·질산·염산 같은 발암물질에 노출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정밀건강검진을 받고 싶다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들어주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화학물질관리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의혹

지회는 회사가 불산 누출사고를 은폐·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지회 관계자는 "과거 다른 공장 불산 누출 때처럼 대량은 아니더라도 유해물질이 누출됐으니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데, 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학물질관리법상 불산 등 유해화학물질이 기준치 이상 누출됐거나 인체나 환경에 영향이 있을 때에는 유출량에 상관없이 15분 안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화학물질안전원이 관리하는 화학안전정보공유시스템(CSC)에 따르면 지난해 1월뿐만 아니라 그해 일진다이아몬드가 불산 누출 사실을 신고한 내역은 없다.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해물질 누출시 신고 기준이 있다"며 "불산의 경우 여파가 크기 때문에 (신고 여부를 판단하기) 모호한 경우 사업장에서 판단하지 말고 즉시 신고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의혹도 제기된다. 불산은 산업안전보건법 24조(보건조치)에 따라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보건상 조치가 필요한 관리대상 유해물질이다. 누출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변정출 일진다이아몬드 대표와 공장장·안전보건관리자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 혐의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충주지청에 고발했다. 지부가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실내작업장에는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적정 제어풍속을 유지하지 못하는 국소배기장치 때문에 노동자들이 원재료·가스·증기·흄이나 헥산·이소프로필알콜(IPA) 같은 관리대상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됐다. 지부 관계자는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내 안전보건조치들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관계당국이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일진다이아몬드측에 불산 누출사고 관련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회사는 취재를 거부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혜정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7
전체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