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영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석면 발견·노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업능력개발원과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다수 학교에서 석면이 발견됐고 당사자들은 피해를 호소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2009년부터 국내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과거 우리나라는 석면이 불에 타지 않는 물질이라는 이유로 건축 내장재 사용을 권고해 왔다. 2009년 이전에 세워진 건물 대다수에 석면이 사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폐암이나 악성중피종 같은 석면암 환자의 생존기간은 평균 1~2년에 불과하다. 석면피해구제법이 시행된 2011년 이후 현재까지 3천722명이 석면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그중 1천366명은 목숨을 잃었다. 석면 잠복기간이 평균 20년 이상임을 감안하면 실제 석면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병으로 빼앗긴 20대, 석면 슬레이트가 원인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이성진(29)씨는 만 18세에 석면암의 일종인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았다. 올해로 9년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3일 오후 국회에서 만난 이씨는 “꽃다운 20대를 투병생활만 하며 보냈다”며 “악성중피종암 발병으로 폐 한쪽 전체를 절개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은 건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다. 2010년 10월 그는 섭씨 40도의 고열로 병원을 찾았다가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폐에 물이 찼다며 다섯 번에 걸쳐 주사기로 물을 뺐지만 물은 마르지 않았다. 이씨는 종합병원으로 옮긴 후 “99%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석면노출이 될 만한 곳이 있는지 물었어요. 아버지께 여쭤 보니 제가 네 살 때 슬레이트가 덮인 마루를 현관으로 바꾸는 공사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중3 때는 바로 옆에 살던 고모가 슬레이트가 뒤덮인 집을 허물고 공사를 했다고 했어요. 석면이 위험한 것인 줄도 모르고 마을에 떨어진 슬레이트를 많이 가지고 놀았죠. 의사는 어릴 때 석면 노출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어린 시절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와 천장재가 들어간 주택과 학교에서 석면에 노출됐다. 그는 수술 외에도 17번의 항암치료와 33번의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이씨는 “이미 사용된 수많은 석면이 생활 속에 존재한다”며 “석면이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건물 철거작업을 하는 곳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래가 창창한 젊은 청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석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아직 방치된 석면이 안전하게 철거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돌이킬 수 없는 고통, 이제는 막아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석면피해구제법이 시행된 2011년부터 올해 6월 현재까지 3천722명이 환경성 석면피해를 인정받았다. 그들 중 1천366명(37%)이 사망했다. 직업성 석면피해 인정 현황을 보면 2011년 이후 올해 3월까지 344명이 석면으로 인한 직업성 건강피해 산업재해 인정을 요구했지만 274명(79.7%)만 인정받았다.

33년간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일한 이재원(56)씨는 지난해 석면에 의한 흉막중피종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플랜트 건설현장에는 2000년대 초반까지 석면 함유 건설자재가 널리 사용됐지만 그는 별다른 보호구 없이 작업을 했다. 이씨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 눈물만 난다”며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이 큰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최금섭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노동안전국장은 “석면이 함유된 건설자재가 2000년대 초반까지 사용된 데다 잠복기가 20년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10년간 석면피해 발생사례가 급증할 것”이라며 “플랜트 건설현장은 물론 조선소·발전소 등 전면적인 사업장 석면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년 이상 장기간 건설현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에겐 시급하게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석면피해자 증언대회를 열고 석면 피해의 심각성과 구제방안을 논의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