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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바뀌어서, 국장 새로 와서…] 노동부, 포괄임금 규제 지침 포기했나최근 담당국·과까지 변경, 의견수렴할 초안도 없어 … “올해 상반기 내 발표” 약속 오리무중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포괄임금제 규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지도지침)은 언제쯤 나올까. 올해 3월 “최대한 빨리” “상반기 안에 발표”를 언급했던 고용노동부의 약속이 허공에 맴돌고 있다. 애초 4월 말 전문가 자문을 받고 5월 노사단체 의견을 수렴하겠다던 노동부는 최근 포괄임금 지도지침 마련을 추진하던 담당국과 담당과를 변경했다. 정부 노동시간단축 정책의 현장 안착을 위한 전담부서를 만들어 업무를 이관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2017년 10월 지침 초안을 만들고도 장관과 담당국장 인선 등을 겪으며 미뤄졌던 지침 마련이 담당부서 변경까지 더해지며 또다시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17년 10월 포괄임금제 지도지침 발표를 예고하고 노사 의견을 수렴한 초안을 마련했다. 노동부는 당시 지침에서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으면 명시적 합의가 있어도 무효”라는 원칙을 적시했으나 보완작업을 이유로 발표를 미룬 채 1년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수정초안조차 내지 않고 있다.

전문가 자문·노사 의견수렴은 언제까지

21일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본부장 김영훈)와 이정미 의원에 따르면 노동부가 최근 포괄임금 지도지침 마련과 관련해 발표시기를 확정하지 않은 채 “전문가 논의 및 노사 의견수렴 등을 거쳐 발표·시행할 계획”이라며 기존 “상반기 발표”에서 입장이 후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지난 2일 노동부에 포괄임금제도 지침 마련과 관련해 △지도지침 초안 △전문가 자문회의 검토의견 △발표 일정 △기타 포괄임금 관련한 노동부 논의사항 일체에 대해 질의했다. 노동부는 “포괄임금제 지침은 최근 판례를 토대로 현장의 불필요한 오해 및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포괄임금제의 개념과 지도 방향을 명확히 하는 내용으로 정리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간 진행된 운영실태 조사, 효율적 근로시간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 등을 반영해 근로시간 관리방안, 기업 사례 등도 함께 제시할 예정”이라며 “지침안이 마련되면 이에 대한 전문가 논의 및 노사 의견수렴 등을 거쳐 발표·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3월4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마무리한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전문가들과 노사 의견수렴이 마무리되면 (지침을) 발표할 생각인데, 언제 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빠른 시일 내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노동부 관계자는 “발표 시기가 특정된 것은 아니지만 연내에 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최대한 빨리 의견수렴을 한 뒤 가능하면 상반기에 발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7년 7월 포괄임금제 규제 가이드라인 제정을 국정과제로 꺼내 들었다. 애초 2017년 10월로 지침 발표시점을 잡았지만 지난해 9월 장관 교체와 10월 지침업무를 맡았던 근로기준정책관 인선이 겹치며 지침 마련이 지연됐다. 지난달에는 포괄임금 지침 작업을 하는 담당부서를 근로기준정책관 소속 근로기준정책과에서 근로감독정책단 소속 임금근로시간과로 이관했다. 임금근로시간과는 임금·근로시간·휴일·휴가 관련 정책수립과 제도개선·실태조사를 담당한다.

최용 정의당 노동본부 팀장은 “노동부는 1년7개월 동안 장관·담당국장·담당과가 바뀌는 동안 포괄임금 지도지침 수정초안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초 이정미 의원 질의 결과 4월 전문가 자문을 받고 5월 노사단체 의견을 수렴하겠다던 노동부가 이제는 시기도 특정하지 않은 채 어떠한 명확한 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단체 의견수렴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고, 전문가 자문도 더 받아야 한다”며 “담당과가 바뀐 것도 (지침 마련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반기 발표가 어려워진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새로운 지침으로 과거 지침 폐지하겠다더니

정부 지침 마련이 늦어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건설산업연맹과 건설노조는 노동부·청와대와 각각 면담을 갖고 포괄임금 지침 폐지를 요구했고, 정부는 “새로운 지침을 마련해 이에 반하는 기존 지침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새 지침 마련이 늦어지면서 건설현장에서는 2011년 제정된 ‘건설일용근로자 포괄임금 업무처리 지침’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순수 일용노동자 근로계약시 일당에 연장·야간근로수당을 포함시킬 수 있고, 주휴·연차·휴일근로수당은 포함시킬 수 없다. 그러나 단기계약직인 건설노동자는 근로계약시 일당에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주휴·연차유급수당을 포함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며 건설업의 포괄임금 근로계약을 합법화했다. 2016년 대법원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로 보기 어렵다”며 건설노동자에게 포괄임금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음에도 새로운 지침 마련이 거듭 연기되면서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는 노동부 지침이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송주현 연맹 정책실장은 “유일하게 포괄임금 지침이 마련된 곳이 건설업”이라며 “정부가 새로운 포괄임금 지침을 만들어 기존 지침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새로운 지침을 내놓지 않으면서 건설노동자들은 여전히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본부장은 “정부가 노동시간단축 의지가 있다면 대법원 판례를 반영한 2017년 10월 지도지침을 지금이라도 즉각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은영·김학태 기자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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