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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포괄임금 규제 외면한 사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청년들 '저임금·장시간 노동' 짓눌려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 1천여명 설문조사 결과 발표
▲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노동자의미래 주최로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박준도 노동자의미래 정책기획팀장이 발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글쎄요. 회사에 연장근로수당을 계산해 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사실 불안하죠. 월급명세서 나오는 사이트는 있는데, 몇 시간 일했는지 알 수가 없어요."

서울디지털산업단지 IT업체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 회사 직원은 300명을 웃돈다. A씨는 프로젝트를 하는 기간에 한 달에 한 번씩 꼬박 밤을 샌다. 그럼에도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받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회사 담당자에게 연장근로수당 얘기를 딱 한 번 했는데, 그때만 수당을 받았다고 했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다른 IT업체에 B씨는 매일 출퇴근 지문을 찍는다. 매달 연장근로를 얼마나 했는지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B씨는 실제 일한 시간만큼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했다. 대표 재량에 따라 매월 얼마의 수당이 붙었을 뿐이다.

연장근로수당? "포괄임금제 아닌데, 그냥 안 준다"

2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봉제의류 제조업 중심지였던 구로공단. 지금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서울단지)로 이름이 바뀌었다. 게임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스타트업 본거지가 됐다. 환골탈태 외관만큼 20~30대 청년노동자 노동환경은 좋아졌을까.

14일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미래'가 올해 5월 서울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1천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고용노동부가 포괄임금제 남용방지 지도지침 발표를 미루는 사이 청년노동자들은 저임금·공짜야근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노동자의미래 공동주최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6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박준도 노동자의미래 정책기획팀장은 "서울단지에 조성된 청년노동시장은 장시간·공짜야근을 종용하는 포괄근로계약이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포괄임금제는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을 때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을 미리 정하고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연장근로를 하면 시간만큼 수당을 별도로 받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10명 중 2명(22.9%)만이 "별도로 계산해서 지급받는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4%는 "연봉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연봉에 포함됐다는 답변은 포괄임금제로 근로계약을 맺었다는 뜻인데, 제 수당이 몇 시간에 해당하는 연장근로인지 아는 사람은 22.6%에 불과했다. 사전에 약정한 연장근로보다 초과했을 경우 초과근로수당을 받는다고 답한 노동자는 16.1%에 그쳤다.

응답자의 23.1%는 "그냥 안 준다"고 답했다. 포괄임금제를 운영하는 곳에서 별도로 출퇴근을 기록하는 기업은 64.5%나 됐다. 연장근로수당을 "그냥 안 주는" 기업도 출퇴근 기록은 62.3%가 하고 있었다. 박 팀장은 "출퇴근 기록이 노동자 업무규율을 통제하는 수단으로만 활용되지,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는 용도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포괄임금계약을 맺은 노동자일수록 장시간 노동을 했다. 포괄임금제 기업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45.2시간으로, 별도 수당을 주는 기업(주 43.4시간)보다 1.8시간 길었다. 주 52시간을 초과해 장시간 노동을 하는 비중도 포괄임금제 기업(11.6%)이 별도 계산을 하는 기업(8.1%)보다 높았다. 박 팀장은 "포괄임금제가 불법적으로 운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공짜야근과 장시간 노동이 강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저임금·장시간 노동은 청년노동자들의 회사 만족도를 떨어뜨렸다. 현재 다니는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한 20대는 6.1%, 30대는 17.9%에 불과했다.

"노동부가 포괄임금제 등 탈법적 행위 규제해야"

박 팀장은 문제 해법의 단초를 포괄임금제 남용 규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봤다. 문재인 정부는 포괄임금제 규제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바 있다. 노동부도 2017년부터 포괄임금제 남용방지 지도지침을 준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다.

박 팀장은 "노동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서울단지에 만연한 탈법적 행위 중 포괄임금제를 가장 먼저 규제해야 한다"며 "노동부가 발표를 미루는 포괄임금제 규제지침을 발표하고,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노동부 관계자는 "포괄임금제 지침은 주요 업종별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발표하려고 하는데, 명확하게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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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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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sg 2019-11-21 08:00:04

    도급직이든 비정규직.. 외국계회사 도급으로 다니는데 말도안되는 포괄임금제로 수없이 야근해도 추가수당 요구 못합니다.급여는 최저임금 (기본급)입니다. 열악한 환경 취재해서 수면위로 올려주세요 ㅜㅜ
    노예는 염전에만 있지않습니다..   삭제

    • 김은지 2019-11-15 16:44:42

      KT협력사(분당) 직원들도 노동착취를 당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야근은 일상이고 야근수당은 생각도 못하는 처지입니다. 열악한 환경을 취재해 주십시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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