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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주 52시간제 보완입법 필요” 발언 어떻게 보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내년 50명 이상 기업 확대 시행에 경제계 우려가 크다”며 “탄력근로제 등 보완입법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국무위원들에게 당정협의와 대국회 설득을 주문했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제는 1주일이 7일이라는 자연법칙을 노동법으로 들여온 것이다. 이런 자연스런 원칙은 입법 과정에서 뒤틀리고, 시행 뒤에도 뭇매를 맞았다. 기업과 보수정당은 십수 년 논의기간 동안 보수언론의 입을 빌려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잦은 예방주사 덕에 항체도 생길 만한 시간이다. 문 대통령 보완입법 필요성 주장은 어떤 파장을 미칠까.


▲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

청와대가 노동시간단축 시계 거꾸로 되돌려서야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

“주 52시간제 준비에 어려움이 있는 기업에 대한 촘촘하고도 내실 있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다.”

불과 20일 전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 이야기다.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50~300명 미만 기업의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안착 지원을 위해 48개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근로시간단축 현장지원단’을 설치했으며, 최대한 현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노동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시행을 위한 준비가 완료됐거나 준비 중인 곳은 92.8%였다.

그런데 이런 정부부처의 의지는 대통령이 경제 4단체장과 만나면서 의미가 무색해졌다. 대통령은 이들과의 만남 이후 입법 절차 없이도 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다. 사용자측은 당장 계도기간 부여를 통한 처벌유예부터 시행유예까지 들고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특별연장근로와 유연근로시간제 확대도 요구한다.

이것이 맞는 행정일까. 수많은 인원과 예산을 들여 만든 정책이 민원에 밀려 버리는 현실은 우리가 기대했던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다.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대통령이 귀를 기울여야 하는 곳은 ‘한사코’ 반대하는 경제단체가 아니라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현장이다.

노동시간단축 확대시행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은 오직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모든 노동자들이 평등하고 공정하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노동시간단축 제도 안착을 위해 기업들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노동시간단축 관련 법·제도 준수와 제도시행을 기피하려는 편법 사례에 대한 철저한 근로감독이다. 공정경제·포용경제를 얘기하는 청와대와 정부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려서야 되겠는가.

▲ 홍종선 한국경총 근로기준정책팀장

주 52시간제 보완입법 시급하다
홍종선 한국경총 근로기준정책팀장

주 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가 대기업부터 시행된 지 1년이 넘었다. 기업들은 제도 정착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한편에서는 숨통을 좀 틔워 달라는 요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대폭 줄어든 데다 그마저도 각종 제약에 묶여 유연하게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복잡 다변화하고 있고 여가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이제 하나의 틀만으로 근로시간을 재단하는 것은 힘들다. 더욱이 경직된 근로시간제도는 국제경쟁에 장애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특히 내년 근로시간단축 시행을 앞둔 중소기업의 경우 처한 상황에 따라서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그럼에도 제도 보완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 2월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합의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도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비단 탄력적 근로시간제만이 문제가 아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제조업 R&D·IT·바이오 업종 등의 연구개발, 수주납품 과정에서 돌발상황 발생, 고객요구 대응, 기한 준수 등을 위해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경우에 필요하나 이 또한 개선 입법이 요원하다.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산업환경의 변화 속에서 기업들이 주 52시간제를 지키면서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연근무제도들이 조속히 함께 개선 입법돼야 한다.

▲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

정부의 장시간 노동 촉진과 노동조건 하향평준화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

고약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 52시간 노동 관련 국무회의 내용은 늘어난 스테이크 1인분이 사실은 접시 무게 포함이었다는 조롱을 산 ‘줬다 뺏기’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을 떠올리게 한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하는 법이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장시간 노동을 당연시하는 우리 노사문화에서 법망에 큰 구멍을 뚫는 노동조건 하향평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보완입법’이 어렵게 제도화한 주 최대 52시간 노동제를 무력화하는 ‘개악 입법’인 이유다. 더 고약하게도 문 대통령은 ‘만에 하나 입법이 안 될 경우’에 대비해 ‘입법 없이도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미리 모색’할 것까지 재촉했다. 재촉의 근거인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결과로 그의 경제계를 위한 우려를 덜어 주자면, 내년 주 52시간 노동제 적용 대상 가운데 아직 준비를 하지 않은 기업은 7.2%, 피해 노동자는 0.73%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나서 제도정착을 장려하고, 대기업 갑질과 원·하청 불공정 거래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이 정부는 본질적 정책방향 견지 대신 최저임금 개악, 장시간 노동 부채질, 비정규직 자회사 추방 등으로 노동자 임금과 노동시간, 고용을 흔들며 그럴듯하게 포장하기에만 급급하다. 절박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나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권 보장 같은 ‘입법 없이 가능한 선행조치’는 외면하면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핑계로 노동법 개악에 나설 뿐이다. 그래도 인정할 점은 있다. 개악을 개악이라 부르지는 않았다. 아마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콘크리트 도배를 ‘친환경’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정규직 확대와 저성과자 해고를 ‘노동개혁’으로, 터키가 쿠르드족에 대한 일방적 공격을 ‘평화의 샘’으로 명명한 것과 같은 이유인 듯하다.

▲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탄력근로 확대, 또 다른 문제 낳는 하책 중 하나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계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한다는 언급은 사실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해야 하는 300명 미만 사업장 1천300곳 중 주 52시간제 시행에 문제가 없다고 답한 사업장 비율은 61.0%, 아직 준비 중이라는 응답은 31.8%, 준비를 못 하고 있다는 응답은 7.2%였다. 보완 정책이 필요한 곳이 최대 39%나 최소 7.2%다. 반드시 제도적 보완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태조사 결과를 정해진 답에 맞춰서 해석하는 일을 누가 하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시간단축은 한쪽에선 너무 일을 많이 해 탈인데 다른 한쪽에선 일자리가 부족해 고통받는 노동시간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등 보완책은 양극화를 완화하기보다는 장시간 노동 체제를 변형시켜 온존하게 만들어 또 다른 문제를 낳는 하책 중 하나일 뿐이다. 꼭 필요한 곳은 지금 제도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이제까지 실태조사 결과였다. 민주개혁정부라면 실사구시부터 할 일이다.

▲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탄력근로·계도기간 올인 재검토해야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부부처와 국회를 향하는 것 같다. 300명 미만 사업장에 주 52시간 상한제와 관련해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정부부처가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가능할 것이다. 반면 탄력적 근로시간제 법안 통과는 국회 권한이다. 민생법안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포함한 듯하다. 그런데 탄력근로제는 주 52시간 보완책이라는 상징성에 비해 기업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없다. 활용하는 업체도 많지 않고,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등 제약사항이 많다.

대통령은 상징성 차원에서 조속한 입법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데 탄력근로제가 상징이 되는 것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가 계도기간을 두는 것은 방향성 자체가 틀렸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반복하면 피로감이 생길 수 있다.

근로시간단축을 전반적인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이 맞다. 근로시간 관리 원칙을 세우기 위한 대책들이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제도 개선, 포괄임금제 규제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다. 근로시간단축과 관련해 그동안 논의해 왔던 것들을 추스르는 과정이 필요하다. 탄력근로제와 계도기간 부여에만 올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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