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한화토탈이 지난 17일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유증기 유출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회사가 노조 파업을 이유로 비숙련자인 관리자들을 무리하게 공장 재가동에 투입했다가 일어난 사고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발방지를 위해 회사가 노조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화토탈 "탱크 온도 급상승해 유증기 유출"
노조 "파업 중 비숙련자 투입해 불량제품 생산"


권혁웅 한화토탈 대표이사는 19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에서 "이번 사고는 공장 내 저장탱크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탱크 내부의 유증기가 유출되고 악취 등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가동을 정지했으며, 전문기관으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유증기 유출사고로 어지럼증·구토·안구통증 같은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노동자·주민은 320명이 넘었다.

사고 원인인 저장탱크 온도가 급상승한 이유는 뭘까. 이윤수 한화토탈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한마디로 '불량제품'이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탱크에는 스티로폼과 합성고무 원료인 스타이렌모노머를 만들고 남은 기름찌꺼기가 저장돼 있다. 노조에 따르면 탱크에는 중질유(벙커시유)와 스타이렌모노머가 10% 정도 있어야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그런데 정제되지 않은 90%가량의 스타이렌모노머가 다량 유입하면서 중합반응에 의한 발열반응이 일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노조는 '불량제품'이 만들어진 이유를 숙련공인 조합원이 전면파업 중인 가운데, 비숙련자인 관리자들이 공장 재가동에 투입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역사회 "노사교섭 타결해 재발방지 마련해야"

한화토탈은 이달 7일로 4년에 한 번씩 있는 전체 공장 설비정비를 끝낸 상태다.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설비 안에 있는 잔존 화학물질을 모두 제거한 뒤 설비정비를 하는 이른바 '셧 다운' 기간이 끝나면 다시 화학원료를 공급한다. 노조에 따르면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작업보다 정비가 끝난 뒤 화학물질을 공급하고 재가동할 때 훨씬 고도의 숙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회사가 파업 중인 조합원 대신 비숙련자인 관리자들을 공장 재가동에 투입했다가, 화학물질 성분 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윤수 수석부위원장은 "회사에 파업 중 무리하게 공장을 재가동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회사가 노조 경고를 무시하다가 이런 사고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서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들도 한화토탈에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서산태안위원회·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 등은 지난 18일 한화토탈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안정적인 공장가동을 위해서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조합원들이 투입돼야 한다"며 "노사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2018년 임금교섭에서 4.3% 임금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2.3% 인상안을 냈다. 협정근로자(128명)를 제외한 800여명의 조합원들이 지난달 25일부터 전면파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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