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브존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부가 중견 대형마트 세이브존 경영진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파견으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대형마트 사업주가 파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인력공급업체를 교체해 가며 불법적인 고용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노동자들의 반복적 집단소송을 금전으로 무마하고 있다. 대기업에 쏟아지는 사회적 관심을 방패 삼아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고, 개선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 중견 유통업체의 민낯이다.

◇"세이브존 시스템으로 교육하고 업무수행"=1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임종효 판사가 최근 유영길 세이브존아이앤씨 대표에게 파견법 위반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세이브존아이앤씨는 전국 9개 지점을 갖춘 대형마트 세이브존을 운영하는 회사다. 강명진 전 세이브존아이앤씨 공동대표와 이상준 아이세이브존 대표는 각각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세이브존에 인력을 공급했던 씨앤아인의 대표자였던 차정민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사건은 2013년에 시작됐다. 그해 1월 세이브존아이앤씨는 기존 인력공급업체를 아이세이브존으로 변경했다. 아이세이브존은 인력공급업무를 씨앤아인에 재도급했다. 씨앤아인은 2014년 9월까지 1년9개월 동안 전국 6개 세이브존에 상품진열·계산·포장업무 등을 담당하는 인력 400여명을 공급했다.

씨앤아인은 같은해 10월 세이브존아이앤씨와 아이세이브존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양측은 인력규모 등에 따라 정해진 최초 도급비 중 이른바 통행세로 3%를 뗀 뒤 씨앤아인에 지급했다. 씨앤아인은 이로 인해 적자가 누적돼 결국 파산했다.

법원은 씨앤아인 소속 노동자의 실제 사용자를 원청으로 봤다. 재판부는 △세이브존이 표준화시킨 규칙·서비스에 기반을 두고 근로자 교육이 이뤄졌고 △계산업무 종사자들이 일과 종료 후 수입금을 '세이브존 정산시스템'에 등록했으며 △특정 업무를 세이브존 소속 직원과 씨앤아인 소속 근로자가 함께 수행한 것을 불법파견 사유로 들었다. 법원은 "근로자들은 세이브존아이앤씨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아 세이브존아이앤씨를 위한 근로에 종사했으므로, 피고인들이 위법한 근로자파견을 했다 함이 상당하다"며 "파견법을 위반하는 위장도급은 사용주로 하여금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이 정한 사용사업주의 각종 책임을 잠탈하도록 하고, 이로 인해 근로자들을 열악한 근로환경에 놓이게 하는 범죄로 사회에 큰 해악을 미치는 범죄"라고 밝혔다. 유영길 대표·강명진 전 대표·이상준 대표는 항소했다.

◇"업체만 바꿔 가며 불법파견 계속"=민사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세이브존 대전점에서 비정규직 계산원으로 일했던 A씨를 포함한 19명의 노동자가 지난달 19일 서울북부지법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세 번째 집단소송이다. 2015년 3월과 2017년 8월에도 각각 6명과 24명의 노동자가 같은 취지의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2017년 7월 6명의 노동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청이 원고들의 실제 사용자이니 직접고용 의사를 표시하거나, 정규직이었으면 받았을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다.

1차와 2차 집단소송은 원청의 합의금 지급으로 종결됐다. 하지만 세이브존은 고용형태를 바로잡지 않았다. 세이브존아이앤씨에 인력을 공급하는 업체를 운영했던 서창민(가명)씨는 “세이브존이 업체만 변경해 계산원 등을 과거와 마찬가지로 불법파견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다”고 전했다.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강호민 변호사는 “세이브존이 민사·형사 소송에서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나오는데도 불법파견을 시정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에 대해서만 금전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대기업 유통업체에 집중되다 보니 세이브존 같은 중견 유통업체의 고용형태 개선을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이브존 관계자는 “유영길 대표 형사재판과 관련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며 “현재 회사 입장을 대변할 담당자가 없어 추후 대행사를 통해 입장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마트산업노조 관계자는 "대형마트 경영진의 불법파견에 처음으로 징역형을 선고한 것이라서 의미가 있지만 업계에 불법고용 행태가 워낙 뿌리 깊어 문제를 완전히 바로잡는 것에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현행 파견법을 철폐하는 것이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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