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잦은 산업재해로 악명 높은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50대 외주업체 일용직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 사고와 유사하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산업재해 사고에 현대재철 당진공장을 향한 여론이 차갑다. 2013년에만 10명의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한 뒤 안전 분야에 1천2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던 현대제철의 안전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고현장 안전조치 미흡"

21일 충남 당진경찰서와 현대제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5시29분께 당진공장 9번 트랜스타워에서 철광석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의 고무를 교체하러 들어갔던 이아무개(50)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졌다. 이씨는 현대제철과 연간 단가계약을 체결하고 컨베이어 유지·보수 공사를 하는 광양㈜의 일용직 노동자로 확인됐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광양과 지난해 8월17일부터 올해 8월16일까지 기간으로 계약을 맺었다.

사고가 난 트랜스타워에는 5개 컨베이어벨트가 있다. 이씨는 세 번째 컨베이어벨트에서 보수작업을 하다 자재를 가져오기 위해 이동했고 얼마 뒤 돌아오지 않는 그를 찾아 나선 동료들에게 숨진 채 발견됐다. 가동 중이던 두 번째 컨베이어벨트와 풀리(도르래·Pulley) 사이에 끼여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각각의 컨베이어벨트 사이에는 좁고 긴 작업통로가 있다. 통로 중간에는 1.2미터 높이의 안전펜스가 있다. 당진경찰서 관계자는 "이씨가 작업통로를 따라 작업하던 컨베이어벨트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왜 가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쪽으로 이동했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재를 가지러 가는 동안 굳이 갈 필요가 없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도 이날 국회에 제출한 사고동향 자료에서 이씨가 "컨베이어를 밟고 내려오던 중 옆에 있는 컨베이어벨트와 풀리 사이에 협착됐다"고 설명했다.

▲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이날 오전 사고현장을 돌아본 금속노조는 노동부와 경찰이 섣부르게 노동자 개인 과실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사고현장이 평소 다섯 대 컨베이어벨트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등 위험성이 높은 장소이지만 안전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정주 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각각의 컨베이어벨트에 난간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조명이 어둡고 분진도 많아 충분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특히 사고 당시 정비 중이던 한 대의 컨베이어벨트만 가동을 정지한 상태였고, 나머지 네 대의 컨베이어벨트는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고 위험성은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 국장은 "정확한 사고 원인은 더 조사해 봐야 한다"면서도 "이번 사고뿐만 아니라 현대제철소에서 산재사고가 빈번했던 만큼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안전설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제철소나 자동차공장에서 기계 유지·보수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기는데, 외주업체 대부분은 영세하다"며 "외주업체들은 빨리빨리 일을 하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안전과 보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원청에서 안전보건조치를 제대로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전경영총괄대책위 만들었어도 계속된 죽음의 행렬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2017년 설비 보수작업을 하던 20대 노동자가 갑자기 작동한 기계장치에 협착돼 숨지는 등 2007년부터 이번 사고까지 무려 36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숨졌다. 2013년에는 10명의 노동자가 추락·끼임·질식·중독사고로 사망해 이듬해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현대제철은 안전경영총괄대책위원회를 신설하고 안전 분야에 1천2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안전관리 전담인력도 2배 이상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대제철의 안전보건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며 "1천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고도 산재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현대제철이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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