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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로 본 2018년] '재판거래'로 만든 비뚤어진 심판대 제자리 찾아가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로 확인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사건에서 '신의성실의 원칙' 기준을 거론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하급심 판결이 잇따랐다. 그런데 올해 들어 노동자들에게 '마의 벽'이었던 사측의 신의칙 주장을 배척하는 판례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업 '경영위기 핑계' 안 통하나
대법원, 다스 통상임금 소송 신의칙 배척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18일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면서도 신의칙을 근거로 소급 적용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회사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신의칙 적용을 주장하면 미지급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후 신의칙이 적용되는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하급심 판결이 엇갈렸다.

노동계와 재계의 관심은 지난 27일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 상고심 결과에 쏠렸다.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대법원에서 신의칙 적용 여부를 다투는 첫 재판이었다. 결론은 노동자 승. 다스측은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며 신의칙 적용을 요구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스의 당기순이익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통상임금 청구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지 않는다고 봤다.

올해 1월 서울중앙지법과 10월 인천지법도 각각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현대제철 노동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의 신의칙 주장을 배척했다.

서울고법이 12월18일 내린 "재직자에게만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도록 한 약정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판결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급일 기준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두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린 가운데 "약정 자체가 위법해 무효"라는 판결은 처음이다.

"학습지 교사도 노조활동 보장받는 노동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판결이 잇따랐다. 6월에는 7년을 끈 학습지 교사의 노동자성 인정 문제에 마침표를 찍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노조가입을 이유로 재능교육이 학습지 교사들의 위탁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학습지 교사들이 근기법상 노동자는 아니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라서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해당 재판에서 노조법상 노동자성 판단기준으로 소득의존성, 계약내용 일방성, 지속성·전속성, 지휘·감독관계, 노무제공 대가성 등 6가지를 제시했다. 근기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법원은 10월 이러한 판단기준에 따라 탤런트·성우 등 방송연기자의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방송연기자가 소득의존성과 전속성은 약하지만 방송사업자와의 관계와 노동 3권 보호 필요성을 고려해 노동자성 판단범위를 확대했다.

올해 8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이 A예술고에게 실기강사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을 포함해 학원셔틀버스·아이돌보미·화물트럭기사·백화점 의류위탁판매원·영화 제작진·제화노동자 등이 근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반면 4월 대법원이 스마트폰앱 배달대행업체 노동자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본 판결은 아쉬움을 줬다. 대법원은 스마트폰앱으로 가맹식당 주문을 받아 배달 가는 길에 사고가 난 노동자를 '음식배달원'이 아닌 특수고용직인 '택배원'으로 보고, 산재보상 등 일부만 적용받게 했다. 사측의 업무상재해 보상책임은 인정했지만,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 노동자성을 부인한 판결이었다.

불법파견과 적법도급의 경계? 타이어업계 엇갈린 판결

불과 1년 만에 타이어업계 불법파견 여부를 달리 판단한 대법원 판결도 관심을 끌었다. 대법원은 12월13일 한국타이어 외주화 방침에 따라 사내 협력업체로 옮겨 일한 직원들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동자들은 "한국타이어로부터 직접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1·2심과 대법원은 "한국타이어가 작업총량을 할당한 것일 뿐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내리거나 작업방식까지 관리·통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12월26일 동종업계인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노동자 132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불법파견이 맞다"고 봤다. 당시 대법원은 "협력업체 현장대리인의 지휘·명령은 금호타이어에 의해 통제됐고, 노동자들이 금호타이어 지시·관여 없이 임의로 작업을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현재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중인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포스코·현대위아·한국도로공사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한국타이어 판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유성기업 노동자 손 들어 준 법원

사측의 기나긴 노조파괴 공작에 고통받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 준 판결은 연이어 나왔다.

3월 대법원은 2011년 아산·영동공장을 직장폐쇄한 유성기업의 조치가 일부 위법하다며, 금속노조 유성기업지부 아산·영동지회 조합원들에게 부당한 직장폐쇄 기간에 주지 않은 임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쟁의행의 중 신분보장" 단체협약 규정에도 유성기업이 쟁의행위를 이유로 조합원들을 2차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본 대법원 판결(10월)도 있었다. 사용자의 징계권 남용에 제동을 걸고, 파업권을 보장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복적인 징계·해고·복직, 괴롭힘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질환을 얻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확정한 대법원 판결도 이어졌다.

8월에는 유성기업 등에 노조파괴 컨설팅을 제공한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가 1심에서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2012년 국회에서 창조컨설팅의 존재가 폭로된 이후 처벌받기까지 6년이나 걸렸다. 선고 형량도 낮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휩싸였다.

1주일이 5일? 위법한 행정해석에 편승한 대법원

속 터지는 판결도 적지 않았다.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대표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6월 청소노동자들이 경기도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에서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중복해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월 국회가 노동시간단축 관련 근기법을 개정하면서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이를 "구 근기법상 '1주에 휴일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당시 입법자와 정책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주일을 5일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으로 본 고용노동부의 위법한 행정해석을 인정한 셈이다. 노동법률가단체가 선정한 올해 노동인권 걸림돌 판결 1위에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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