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17일 승차공유(카풀) 서비스 강행을 예고한 가운데 서울지역 택시노동자가 “카풀 반대”를 외치며 분신했다. 택시업계는 “불법 카풀 근절”을 요구하며 강경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0일 전택노련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0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법인택시 기사 최아무개(57)씨가 자신이 몰던 택시 안에서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각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최씨를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사망했다. 최씨는 전택노련 소속 조합원이다.

연맹 관계자는 “최씨가 평소 카풀서비스와 관련해 불만을 많이 토로했다”며 “불법 카풀서비스가 강행되면 택시기사들은 다 죽는다. 분신이라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에 따르면 택시가 갑자기 국회 근처에 정차해 제지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문을 걸어 잠그고 몸에 불을 붙였다”며 “수화기로 창문을 깨고 끌어내는 상황에서도 최씨는 ‘카풀 반대’를 외쳤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지난 7일 ‘카카오 카풀’ 베타버전을 내놓고 시범서비스에 들어간 데 이어 17일 정식 서비스 출시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카풀서비스를 둘러싼 카카오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택노련과 민택노련·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로 구성된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서 긴급 실무회의를 갖고 카카오의 카풀서비스 강행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비상대책위는 카카오 택시호출서비스 거부와 함께 국회 앞 천막농성과 대규모 집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빠르면 이번주 택시 노사 4개 단체 대표를 중심으로 국회 앞 천막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카카오가 17일 불법 카풀서비스를 예고한 만큼 14일 비대위 전체회의를 열어 택시 종사자 1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집회는 20일 국회 앞에서 열릴 예정”이라며 “지난 10월(서울 광화문광장)과 11월(국회)에 열린 결의대회에는 택시 종사자들만 참여했지만 이번 집회에는 모든 택시 기사들이 차량을 가지고 국회 앞으로 모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카카오의 정식 카풀서비스 개시를 방치할 경우 택시 100만 가족은 전 차량을 동원해 문재인 정권 규탄을 위한 끝장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국회는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돼 있는 불법 카풀 근절을 위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의결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국회가 공유경제 육성이란 미명하에 불법을 합법화시키며 택시 죽이기에 나섰다”며 “정부의 일자리 역주행 정책이 중단되지 않는 한 노동자들은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으며 언제든 오늘과 같은 비극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노총은 “불법 카풀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는 택시노동자 생존권 사수투쟁에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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