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가 25일 서울 종로 SK서린빌딩 앞에서 미전환 하청센터 전환과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는 파업과 노숙농성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7월 협력업체 인터넷·IPTV 설치·수리기사들을 자회사 홈앤서비스로 직접고용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민간 대기업에서 협력업체 직원을 최초로 직접고용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홈앤서비스로 편입된 지 1년 만에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언했다. 지부는 “자회사 전환 뒤에도 기본급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부터 지부 간부들이 SK서린빌딩 앞에서 노숙농성하고, 이달 29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부는 올해 임금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지난 11~18일 했다. 교섭대표노조인 지부와 복수노조인 SK홈앤서비스노조가 함께 투표한 결과 조합원의 68.2%(1천474명)가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26.1%(565명)가 반대했다. 지부에서는 조합원 1천402명 중 1천365명이 투표에 참여해 90.9%(1천273명)가 찬성했다. SK홈앤서비스노조에서는 조합원 761명 중 687명이 투표해 26.4%(201명)가 찬성했다. 홈앤서비스 노사는 올해 4월4일부터 임금교섭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5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은 여전”

지부의 핵심 요구사항은 기본급 인상이다. 지부는 교섭에서 시급 1만원 수준의 기본급(월 209만원)을 요구했다. 현재 홈앤서비스 급여체계는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과 실적급(건당 포인트제)으로 구성돼 있다. 지부는 협력업체 시절부터 “실적급 위주의 임금체계에서는 노동자들이 먹고살기 위해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포인트(실적) 쌓기에 매달려 일해야 한다”며 “실적급보다 통상급 비중을 높이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회사에 직접고용된 뒤에도 실적급 위주의 급여체계는 유지됐다.

현재 홈앤서비스 노동자들의 월 기본급은 158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식대 13만원을 합치면 통상임금은 171만원이다. 협력업체 시절에도 노동자들은 기본급 월 148만원과 식대 10만원을 고정적으로 받았다. 지부 관계자는 “홈앤서비스에 직접고용되기 전 다수 협력업체 직원들은 추가 수당(인센티브)을 받아 왔는데, 자회사로 통합되면서 각종 수당이 없어져 오히려 임금총액이 줄어든 조합원도 있다”며 “기본급을 올리면서 실적에 따른 급여를 줄이자는 것이 지부 주장인데 기본급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실적급만 줄었다”고 주장했다.

“협력업체 시절 고압적 분위기 여전”

협력업체 시절 고압적인 회사 분위기도 여전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부 관계자는 “기존 협력업체 사장이 홈앤서비스 관리자로 편입되면서 여전히 협력업체 시절 수직적 사내 분위기에 조합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리자가 주관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월별 인사평가를 하면서 조합원들을 0점 처리하거나, 노동자들에게 주말근무를 강제하는 등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측 관계자는 “협력업체 시절 20~30% 정도에 달하던 개별 회사 이직률이 홈앤서비스로 전환된 뒤 4% 미만으로 낮아졌다”며 “홈앤서비스 전체 구성원의 평균임금은 320만원에 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직원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임금을 포함한 처우·복리후생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교섭)에서도 회사는 임금을 포함한 처우·복리후생 향상을 위해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홈앤서비스로 전환을 거부한 SK브로드밴드 3개 협력업체는 이달 30일 계약이 종료된다. 지부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가 3개 협력업체에 계약 종료를 위한 공문을 보낸 상태”라며 “이후 (실제 계약이 종료되고 자회사로 전환될지)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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