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파동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해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노동자들을 원직에 복직시키라고 회사에 주문했지만 그들이 돌아갈 공장은 매각된 상태다. 일터를 잃은 옥시레킷벤키저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며 본사와 국회·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영업부장은 근로자대표로 볼 수 없다”

13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최근 전북지노위가 지난해 11월30일 옥시레킷벤키저 익산공장 폐쇄로 해고된 노동자 36명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전북지노위는 “옥시레킷벤키저는 노동자들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불매운동이 일자 지난해 9월 익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익산공장은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가 아닌 옥시크린·물먹는 하마 같은 세탁 생활용품을 생산했는데도 회사는 경영위기를 이유로 공장폐쇄와 희망퇴직·정리해고를 단행했다. 가습기 살균제는 경기도 화성 화학공장에서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OEM)으로 납품받았다.

노동자들은 전북지노위 심판회의에서 정리해고 절차상 하자를 지적했다. 회사가 해고를 피하기 위해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도 일방적으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해 정리해고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회사는 “근로자대표와 해고회피 방안과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에 관해 성실한 협의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지난해 9월 옥시레킷벤키저노조(위원장 문형구)가 과반수노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자대표 선출을 공고했다. 문형구 위원장과 본사 영업부장 오아무개씨가 후보로 나섰다. 회사는 오씨가 후보등록이 종료된 직후 입후보 의사를 철회했음에도 선출절차를 그대로 진행했고, 익산공장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전체 노동자 151명(서울 본사 89명·익산공장 62명) 중 76명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오씨가 61표를 받아 근로자대표로 선출됐다.

전북지노위는 “오씨는 서울사무소 영업부장으로 사용자를 위해 행위하는 자”라며 “정리해고 대상자가 아니므로 실제 정리해고 대상자인 근로자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근로자대표로 나서기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가 없었으므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 해고회피 노력, 해고당사자 선정의 합리성·공정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익산공장 관리자 해태htb 신규채용”

전북지노위는 정리해고가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개입이라는 노동자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노조를 정리해고 협의 과정에서 배제하고 희망퇴직을 거부한 조합원들의 자택과 본가에 희망퇴직 안내문을 발송한 것은 노조 운영을 저해하기 위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전북지노위는 “회사가 노조활동을 제한하거나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에서 근로자들을 해고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확인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해 익산공장 폐쇄 후 공장 부지와 건물·생산설비 일부를 LG생활건강 자회사인 해태htb에 매각했다. 전북지노위가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원직복직을 명령했지만 노동자들이 돌아갈 공장은 없는 상태다.

문형구 위원장은 “원직복직 판결이 났는데도 회사는 어떠한 대화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익산공장을 매입한 해태htb에 최근 희망퇴직했던 익산공장 관리자 3명이 신규로 채용됐다”며 “해태htb는 원직복직 판정을 받은 생산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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