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남발을 막기 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를 추진한다. 정부는 이달 중순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말께 사전심사제 운영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사전심사제도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처럼 폭넓은 예외를 허용해 제도 자체가 형해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부문 1단계 기관 하반기부터 심사

7일 <매일노동뉴스>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운영방안(안)'을 입수했다. 운영방안은 최근 고용노동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TF 실무회의에 보고됐다. 사전심사제는 기관별로 정기심사와 수시심사를 거쳐 불가피한 경우에만 비정규직 채용을 인정하는 제도다. 정기심사는 기관별 예산편성 시기에 한다. 심사 결과가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다. 채용부서가 채용계획을 수립해 심사부서에 제출하면 인사·노무 담당을 중심으로 하는 심사부서에서 심사하는 절차를 거친다. 비정규직 채용 사유의 적정성과 채용인원·기간의 적정성, 예산의 적정성을 순서대로 살핀다. 채용·심사·예산·정원관리 부서가 협의를 통해 채용부터 비정규직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심사 대상은 기간제와 파견·용역 노동자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1단계 대상인 중앙부처·자치단체·교육기관·공공기관·지방공기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2단계 기관인 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등은 전환 이후 사전심사제도를 운영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도입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도입 여부와 운영 결과를 기관평가에 활용한다.

기재부·행안부 공조로 제재수단 마련해야

사전심사 기본원칙은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동일하다.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고,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시·지속적 업무 신설 또는 결원시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것을 인력채용 원칙으로 정했다. 문제는 예외가 폭넓게 인정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예외사유로 △일시·간헐(연중 9개월 미만) 업무 △60세 이상 고령자 △고도의 전문직 △법령·정책 등에 의해 중소기업 진흥이 장려되는 경우 △산업 수요·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기능조정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을 인정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1단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상시·지속업무가 분명하지만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동일한 내용으로 심사 예외사유를 인정하고 있다”며 “비정규직을 사용해도 좋은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전심사제 운영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정책을 이끌어 갈 노동부 권한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실제 공공기관 정원과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정부의 지침은 마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사전심사제도가 유명무실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정규직 전환을 통해 비정규직을 감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끊임없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모순된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전심사제가 필요하다”면서도 “심사 예외 범위를 최소화하고 사용 사유가 타당하지 않을 때 강력한 제재가 수반돼야 의미 있는 제도로 기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공부문 노동계 관계자는 “비정규직 채용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새로운 사업을 할 때 정규직 정원을 충분히 주는 것”이라며 “정원과 예산은 배분하지 않고 채용만 차단하면 또다른 꼼수 채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노동부는 공공부문 바람직한 자회사 운영모델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2단계 기관 가이드라인도 확정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관련 바람직한 자회사 운영모델(안)에는 자회사 안정성 확보를 위한 △자회사 설립·위탁 근거 마련 △지속적 수의계약 보장 △모회사 100% 출자 원칙이 담겼다. 자회사의 경영 독립성 보장을 위한 방안으로 노동이사제 등 노동자 참여 확대와 모·자회사 공동협의회 등 업무협력을 위한 협의체 운영안도 포함됐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