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를 도입한다. 채용 사전심사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쓰도록 한다는 취지다. 기관별로 구성하는 심사위원회는 정기심사와 수시검사로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들여다본다. 상시·지속업무, 생명·안전업무는 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사전심사제 운영방안은 이달 말 확정된다. 당사자와 정부·전문가에게 기대와 우려를 들었다.

 

이태훈 공공부문정규직화추진단 팀장

공공부문 비정규직 채용 관행 개선하자
이태훈 공공부문정규직화추진단 팀장

정부는 지난해 7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통해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의 정규직 전환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비정규직 채용 관행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표준인사관리규정’을 개정해 사전심사제 운영절차를 신설한 바 있으며, 5월 중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마련해 현장 안착을 지원할 계획이다.

사전심사제는 크게 세 가지 점에 주안점을 뒀다. 먼저 상시·지속적 업무 신설 또는 결원시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비정규직 채용시 채용·심사·예산부서 간 협의절차를 마련해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고 인력운영의 합리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셋째, 사전심사 절차와 예산절차를 연계해 심사 결과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앞으로 비정규직 사전심사제가 현장에 안착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채용관행을 개선하고 체계적인 고용·인사관리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윤희 공공연맹 정책실장

사전심사제 지침으로 전환 제외사유 엄격한 제한 필요
정윤희 공공연맹 정책실장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남용 방지를 위해 상시·지속업무에는 정규직 채용이 원칙이 되고, 일시·간헐적 업무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비정규직 사용을 인정하는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는 비정규직 유입을 차단하려는 목적에서 의미가 있는 제도로 생각된다.

과거 박근혜 정권 시기에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서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비정규직 비율을 각각 5%, 8%로 제한했다. 그런데 이 지침은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다. 이를 강제할 정부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관별 비정규직 사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이를 평가제도에 반영하고,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예산 및 증원 반영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상시·지속업무의 예외 조항이다.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예외사유를 너무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 이미 정부의 일관된 기준 없는 예외사유와 기관들의 자의적 해석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고, 이번 전환대책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1단계 전환 사례들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전환 제외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해 이를 이번 사전심사제 지침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정규직 채용에서 제외되는 일자리에 대한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대책도 함께 담아야 한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비정규직 사용 입구 완벽 차단하려면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고용노동부가 추진 중인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출구 규제에만 머물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했던 과거 정책의 한계를 넘어, 비정규직 사용 제한이라는 입구 규제로 독의 바닥을 단단히 막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부가 제기한 안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어 보완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취약할 수 있다.

첫째, 적정 인력의 정규직 증원이 우선돼야 한다. 각 기관의 업무량 증가에 따라 필요 인력이 늘어도 인력과 예산에 대한 승인권을 갖고 있는 정부부처에서 증원을 충분히 하지 않는 것이 비정규직 사용의 주요 요인이다. 그 배경에는 지난 수십년 동안 공공부문을 지배해 온 비용 절감과 재무적 효율성에 대한 극단적 추구가 있었다. 앞으로는 공공성과 노동존중이라는 새로운 운영원리에 따라 적정인력의 정규직 증원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둘째, 개별 기관의 제도 도입만으로 불충분하다. 개별 기관의 인력·예산·운영을 관리하는 상위 기관·거버넌스 기구의 모니터링과 사후관리가 보완돼야 한다. 비정규직 인원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비정규직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를 사업비가 아닌 인건비 항목으로 전환해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관평가에 비정규직 사용 현황을 반영해 상시·지속업무에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경우 불이익을 주는 등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관의 인력·예산·평가 등을 관리하는 상위 기구(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관련 제도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기관 단위에서 제도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기관별 채용 심사위원회에 노동조합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일상적으로 기간제 사용을 감시할 수 있는 유력한 세력은 노동조합이다. 따라서 정부안에 제시된 심사위원회에 심사부서와 관련부서와 함께 노동자대표(과반수노가 있는 경우 해당 노조) 참여를 명시해야 한다.

 

한호 공공노련 교육선전실 부장

정부 의지 없이는 또 다른 비정규직 양산 포장지 불과
한호 공공노련 교육선전실 부장

정부가 도입하려는 비정규직 사전심사제는 비정규직으로 뽑는 것을 사전에 막지 않으면 현장에서 비정규직 비율을 줄일 수 없다는 측면에서 반길 만한 소식이다. 정부는 그동안 비정규직을 줄이는 방안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즉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함으로써 비정규직을 줄여 가겠다는 것이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사용을 최소화하고 제한하면서 문턱을 높여 가는 것은 모범사용자 모델을 확립하겠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실제는 어떨까. 노동계에서는 좋은 취지와 방향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것이 현실이다. 이는 지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보듯 예외사유를 폭넓게 인정하면서 허울뿐인 제도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와 고용노동부의 한정된 권한으로 실효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예산과 정원을 엄격히 통제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사전심사제를 도입한다고 한들 새로운 꼼수만 불러올 뿐이다. 기재부와 행안부의 적극적 해결 의지 없이는 비정규직 사전심사제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또 다른 비정규직 양산 포장지에 불과할 뿐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상시·지속업무는 비정규직 안 쓰겠다는 자세 가져야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전심사제 취지는 좋다. 하지만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애초 비정규직 정규직화 목표는 상시·지속업무는 비정규직으로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심사제를 둔다는 자체가 비정규직으로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는 측면도 있다.

사전심사제는 서울시가 먼저 시행하는 것으로 안다. 서울시는 올해 3월 비정규직 채용 전에 미리 채용계획과 규모를 심사하는 사전심사제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일단은 서울시가 직접 추진하는 만큼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자칫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1단계 심사처럼 상시·지속업무인데도 비정규직으로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이들도 다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원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상시·지속업무는 비정규직으로 쓰지 않도록 예외범위 자체를 없애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도 이런 제도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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