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이사회에서 근로자이사(노동이사) 역할을 정립할 필요가 있어요. 안건만 의결하는 자리가 되지 않으려면 최소한 안건상정권이 주어져야 합니다.”

“노동이사제가 성공하려면 기관장 의지가 중요해요. 노동현장 목소리가 이사회나 경영에 반영되려면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26일 정오 서울시청 간담회실에서 개최한 ‘근로자(노동)이사와 함께, 한국형 모델 정립·확산 발전토론 간담회’에서 노동이사들의 주문이 쏟아졌다. 박원순 시장과 15개 기관 노동이사 19명, 기관장 2명, 노광표 서울모델협의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노동이사 역할 정립, 제도개선 목소리 높아

이날 간담회에서는 노동이사 역할 정립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가장 많이 나왔다. 배준식(53) 서울연구원 노동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이전보다 이사회 운영이 투명해지고 직원들의 노동이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며 “직장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사회에 안건상정권이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변춘연(51) 농수산식품공사 노동이사는 “조례에서 노동이사 역할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노동이사 도입 기관들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운영내규가 필요하다”며 “이사회 안건이 결정되기 전 단계인 본부장회의나 경영전략회의 같은 단위부터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성남(59) 서울시설공단 노동이사는 “어렵게 만들어진 제도인데 각 기관장이 눈치 보기를 하면서 협조가 미흡한 것 같다”며 “서울시장이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세부지침을 줘야 기관장들이 움직이고 노동이사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이사 업무병행에 따른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았다. 강주현(43) 서울산업진흥원 노동이사는 “노동이사의 질적 제고와 임기 후 현장으로 잘 돌아가도록 제도개선이 요구된다”며 “기관평가 지표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15개 기관 노동이사 20명으로 구성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동이사협의회(의장 박희석)를 서울시가 공식기구로 인정해 정기간담회를 갖자고 요청했다.

"노동이사제 이해 돕는 해외연수·직원교육 병행"

박원순 시장은 “노동이사들이 자신의 책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느꼈다”며 “노동이사제는 경영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으면서 노동현장 어려움을 발굴·지적한다는 점에서 실질화하는 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안건상정권은 스스로 제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운영내규를 만들고 기관평가에 반영하는 것도 못할 게 없다”며 “노동이사가 되면 직무를 해제시켜 전문성 제고와 의견청취 확대, 이사회 안건을 준비하도록 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며 "현재까지가 1단계 시행이었다면 오늘 나온 의견이 하반기에 시행될 수 있도록 2단계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는 노동이사제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해 11월 노동이사 워크숍을 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노동이사제를 시행하는 스웨덴·독일로 해외연수를 한다. 기관별로는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노동이사제 이해과정·해외 성공사례를 교육한다. 상반기 16개 기관에 노동이사 임명이 마무리되는 때에 맞춰 백서를 제작한다. 하반기에는 노동이사제 조례제정 2주년 토론회를 개최한다.

한편 서울시는 2016년 9월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다. 지난해 1월 배준식 서울연구원 노동이사가 처음으로 임명됐다. 노동이사제 의무도입기관은 정원 기준 100인 이상인 곳이다. 이날 현재 16개 투자·출연기관 중 15곳에서 20명의 노동이사를 임명했다. 마지막 남은 120다산콜재단은 다음달 중순 노동이사 2명을 임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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