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한국 정부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을 비준하고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이 라이더 총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5일 정오 서울 중구 서울시청 간담회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라이더 사무총장은 5~6일 서울시가 주최하고 <매일노동뉴스>가 주관하는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ILO 사무총장이 한국을 찾은 것은 2006년 이후 11년 만이다.

전교조·공무원노조 법외노조 조속 해결 요구

라이더 총장은 “ILO 핵심협약은 기본적 권리협약”이라며 “한국 정부는 핵심협약 8개 중 4개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 외에도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과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을 비준하지 않았다.

그는 “ILO는 한국을 비롯한 180개 회원국이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라이더 총장은 전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 대통령도 핵심협약 비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제도 (비준과 관련해)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라이더 총장은 단결권 제한을 비롯해 한국 노동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ILO는 수년간 한국의 노조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1991년 ILO에 가입한 한국 노동상황에 대해 95년부터 관심을 가졌고 그 뒤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특히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라이더 총장은 “ILO는 지속적으로 두 노조의 합법화를 요구했다”며 “ILO 핵심협약인 87호와 98호를 비준함으로써 한국은 법외노조 문제를 포함한 많은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국제적 규범과 인권에 다가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노사정 대화 재개를 요청했다. 라이더 총장은 “전날 한국 노사정을 만난 자리에서 모든 당사자가 다시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며 “한국이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일자리 창출 등 노동문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점인 만큼 사회적 대화로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동존중특별시 서울모델 전 세계 도시로 확산”

박원순 시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서울시가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는 일자리위원회와 노동권익보호위원회를 만들어 일자리 양과 질 모두의 중요성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ILO 핵심 주장인 좋은 일자리(디센트 워크)에 서울시가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는 지난 5년간 노동존중에 대한 확고한 가치를 둔 정책을 추진했다”며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생활임금 도입, 사회적 대화, 노동이사제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서울시는 노동존중특별시라는 비전을 재확인하고 노동존중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확산·공유하기를 바란다”며 “ILO 핵심협약인 87호와 98호를 도시 차원에서 먼저 실천하면서 국가 차원의 비준 조건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특수고용직을 비롯한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 같은 노동약자에게 ILO 핵심협약 비준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앞으로 중앙정부와 함께할 수 있는 노동정책이 많다”며 “ILO가 확고하게 뒷받침해 준다면 서울시가 주도해 여러 도시와 함께 노동의 나은 미래를 위한 도시정부를 만들고 보편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