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회사는 어용노조를 키워 주고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에는 부당한 징계를 합니다. 이런 것이 누적되다 (한)광호가 그렇게 희망을 잃어버린 상황이 된 거죠. 회사가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사람들에게 징계나 라인배치로 상당한 심적 고통을 안겨 줬습니다.”(유성기업 노동자 D씨)

“사측 김아무개에 따르면 자기들이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을) 고소한 게 880건이라고 하더라고요. 형사고소가 안 되면 모욕죄 같은 민사로 돌립니다. 그간 고소한 사건들에 대한 벌금이 1억5천만원 정도 나왔어요. 범죄자를 양산해 버린 거죠.”(A씨)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은 거의 병원 다니는 것 같아요. 우울증 같은 것으로요. 저도 가 볼까 생각 중입니다. 더 이상 안 죽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내 곁에서 안 떠났으면 합니다.”(H씨)

“괴롭힘 양상, 가학적 노무관리로 이어져”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노조파괴와 인권침해로 심각한 괴롭힘을 당하면서 분노·우울 등 정신적으로 매우 피폐한 상태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6년간 이어지는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와 인권침해에 고용노동부가 손을 놓고 있으면서 "위험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민변과 인권운동사랑방을 포함한 6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유성기업 괴롭힘 및 인권침해 사회적 진상조사단'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로 인한 괴롭힘 및 인권침해 현실과 해결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1~9월 유성기업 영동·아산공장 노동자 10명 심층면접과 6명(아산공장)과 4명(영동공장)의 집단면접을 실시·분석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유성기업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 양상은 승진·근태관리 차별, 몰래카메라·녹취 등 일상적 감시와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징계·경고, 고소·고발 남발, 폭언·폭행·성희롱 등 가학적인 노무관리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적 차별만이 아니라 집단 간 차별로, 조합원 모두가 경험하도록 했다”며 “금속노조와 회사노조 간 교섭 차별, 성과급·무쟁의 타결금 지급 등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한 괴롭힘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인간관계·생존권 파괴
"경영기법처럼 확산하는 가학적 노무관리"


이런 괴롭힘의 영향은 심각했다. 정신건강과 인간관계, 생존권 파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사무처장은 "노동자들은 극도의 분노를 느끼고 있으면서 분노조절장애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술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활기 없어진 슬픔과 만성적 디프레션(우울) 상태에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동료의 극단적인 선택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죄의식과 암울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수면장애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처장은 “가족·동료·지역사회 인간관계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잔업이나 특근에서 배제되고 수량을 못 채웠다는 이유로 임금이 40만~150만원으로 깎이면서 생존권도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 시작된 유성기업 사태를 방치해서는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 배경이다. 한 처장은 “유성기업의 가학적 노무관리가 마치 경영기법처럼 확산하고 있다”며 “가해자가 노무관리의 주체인 기업이라는 점에서 노동부는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기업의 전략적 괴롭힘에 대해서는 과중처벌하고 피해자 피해배상 등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 또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참석해 “철저히 파괴된 노동권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유성기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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