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최근 자동차·금속가공제품 제조업 2~3차 협력업체 100곳에 대한 근로감독을 벌여 절반인 50곳에서 장시간 근로 위반(주당 12시간인 법정 연장근로한도 초과) 사항을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2011년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5대 완성차와 2012년 자동차·금속 제조업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장시간 근로 감독을 벌인 지 4년 만에 2~3차 협력업체를 조사해 내놓은 결과다.

법 위반율이 50%나 될 정도로 장시간 근로가 심각했지만 노동부는 “2012년 근로감독과 이어진 개선조치로 장시간 근로가 다소 개선됐다”며 자화자찬했다. 감독 대상도 영향력이 큰 원청이나 1차 협력업체가 아닌 이들 업체에 맞춰 생산일정을 조율할 수밖에 없는 2~3차 협력업체로 한정했다. 이들 업체는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원청 납기일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2~3차 협력업체 93%가 법 위반=노동부가 이날 밝힌 자동차·트레일러·금속가공제품 제조업 2~3차 협력업체 수시감독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0곳 중 50곳이 최근 1년간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장근로한도(주당 12시간)를 위반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근로를 시켰다. 업종별로는 금속가공제품 제조업이 위반율 64.1%로 가장 높았고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과 기타 기계·장비 제조업이 41.9%와 36.4%로 뒤를 이었다.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미지급(30곳·7억900만원)이나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미지급(17곳·5억2천600만원)을 포함해 근로기준 전반으로 감독 결과를 넓히면 100곳 중 93곳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단계 하도급 아랫부분에 위치한 2~3차 협력업체 사이에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 것은 물론 최소한의 근로기준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감독 결과 드러난 것이다. 노동부는 “이들 업체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은 모두 272건이었고 장시간 근로 위반이 50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근로 위반 사업장들은 근로시간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 법 위반 사항을 시정하겠다는 개선계획을 노동부에 제출했다. 사업장 10곳에서는 34명의 노동자를 신규로 채용하기로 했다.

◇하청 장시간 근로 개선, 원청 협력 필요=장시간 근로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지만 노동부는 “예전보다는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2012년 자동차·금속 제조업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근로감독에서는 위반율이 96%를 기록했는데, 이번에는 50%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2012년 감독 이후 교대제 개편 등 개선조치가 2~3차 협력업체 장시간 근로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노동부는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만연한 잘못된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근로자가 눈치 보지 않고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등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문화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장시간 근로 수시감독에 나선 것은 4년 만이다. 장시간 근로 개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원청이나 1차 협력업체는 이전에 감독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이번 수시감독에서는 제외했다.

감독 대상이 된 2~3차 하청업체들은 “원청 요구에 의해 납품물량과 기일을 맞춰야 하는 구조에서는 연장근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전지역 한 사업주는 “납품물량·일정을 맞추다 보면 연장근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시간 근로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원·하청 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에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이나 상생협력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완성차의 경우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면서 장시간 근로 위반 사항을 대부분 해소했기 때문에 장시간 근로 감독을 벌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 등 5대 완성차는 2011년 노동부 감독에서 모두 장시간 근로 위반 사항이 적발된 바 있다.

노동부는 “하반기에는 석유·식료·기계장비 같은 주요 장시간 근로 업종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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