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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개·돼지인가] 김포공항에 드리운 '비정규직 지옥도'청소노동자 일상적 성희롱·인권유린 '충격' … 공공비정규직노조 "관리자 횡포 방지대책" 요구
▲ 공공비정규직노조 서경지부 강서지회 소속 김포공항 미화원과 카트관리원이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공항공사의 정부지침 위반과 노조탄압 등의 중단을 요구하면서 파업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김포공항에서 5년째 청소일을 하는 최금순(가명·55)씨는 관리자들에게 이유 없는 폭언과 막말을 들을 때가 적지 않다. 얼마 전 일이다. 잠시 쉬는 틈에 유산균 음료 한 병을 마셨다. 그러자 멀리서 관리자가 오더니 “야, 넌 뭘 그렇게 처먹냐”라고 소리를 질렀다. 최씨는 “그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화병이 나서 한동안 잠을 못 이뤘다”고 토로했다. 그는 “관리자가 '돈 많이 받으려면 공부 잘해서 대학을 나왔어야지'라고 하는데 말문이 막혀 버렸다”며 “자식들 생각에 참고 일하긴 하지만 억울하고 분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8년 동안 김포공항 국내선을 청소한 김선숙(가명·57)씨는 “씨X” 혹은 “야” 같은 말은 기본이라고 귀띔했다. 김씨는 “개·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일했다”며 “김포공항은 비정규직의 지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공비정규직노조 서울경기지부 강서지회(지회장 손경희)는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리자 횡포와 성희롱을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노조활동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일상적 성희롱 발언에다 성추행까지=지회가 이날 공개한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은 충격적이었다. 지회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 퇴직자 출신인 용역업체 관리자는 회식 후 노래방에서 여성 미화원의 가슴을 멍이 들도록 주물렀다. 피해 여성은 자살시도까지 할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올해 3월 지회가 결성되고 추행 사실을 폭로했고 관리자는 해고됐다.

문제는 관리자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두 달에 한 번씩 있는 회식이나 봄·가을 야유회 때마다 관리자들에 의해 노골적인 성희롱이 자행됐다. 또 다른 관리자는 “오늘 남아서 술접대를 해라”거나 “아들이 둘이면 부부관계는 두 번만 했느냐”는 식의 성적 불쾌감을 일으키는 발언을 일상적으로 했다. 청소노동자들을 앞에 두고서 “이것들 다 치워 버려” “안 보이는 데로 던져 버리겠다” 같은 폭언도 일삼았다.

조합원 A씨는 “어떤 사람들은 우리더러 왜 참고 있었냐고 묻는데, 우리는 1년짜리 계약서를 쓰는 청소부”라며 “쫓겨나면 생계가 막막하고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올해 3월3일 지회가 결성되자 김포공항 청소·카트관리 노동자 140여명 중 120여명이 지회에 가입했다. 김포공항에서 4년간 일한 손경희 지회장은 “관리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을 때마다 치욕스러웠다”며 “인권유린이 도를 넘어섰다”고 호소했다.

◇30년 일해도 최저임금=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준수와 성희롱 방지대책이다.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다. 30년 넘게 근무한 직원도 똑같다.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용역을 입찰할 때 노임단가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직종별 인부노임을 적용해야 한다. 청소미화 업무는 올해 기준으로 일당 6만5천674원(시급 8천209원)으로 명시돼 있다. 상여금은 400% 이내에서 책정해야 한다.

하지만 공사는 최저임금에 맞춘 시급 6천30원과 상여금 175%만 지급한다. 인건비 상여금은 400%로 설계돼 있지만 미화원 근로계약서에는 180%로 기재돼 있다. 게다가 실제 지급되는 상여금은 5%를 뺀 175%에 불과하다.

김포공항 청소·카트관리 노동자들은 샤워실과 휴게공간도 요구했다. 조합원 B씨는 “땀에 푹 절은 몸으로 집에 돌아가야 한다”며 “샤워실은커녕 제대로 된 휴게공간도 없다”고 강조했다. 청소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휴게공간은 청소도구가 쌓여 있는 화장실 맨 끝 칸과 다리를 펴기도 어려운 골방 같은 공간이다.

지회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경고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회는 “공사는 정부 지침을 준수하라”며 “무응답과 대화 거부로 일관하지 말고 공사가 나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자은  bor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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