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지난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시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임금이 깎인 정부출연연구기관 노동자들이 국가와 연구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공공운수노조(위원장 조상수)와 공공연구노조(위원장 김준규)는 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위법한 행정지도로 총인건비 인상률이 삭감된 출연연구기관 노동자들이 국가배상청구 소송에 나선다"고 밝혔다.

청구인단은 250명으로 구성됐다. 연구원 1인당 10만원씩 총 2천500만원을 청구할 계획이다. 손해배상 목적보다 정부 지침의 위법성을 확인하는 소송이라 청구금액을 소액으로 설정했다.

공공연구노조에 따르면 24개 연구기관이 정부가 제시한 시한인 지난해 10월 말을 넘겨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9개 연구기관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9개 연구기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과학기술원·울산과학기술원·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극지연구소다. 정부는 이들 기관 연구원들의 임금인상률을 공공기관 임금 가이드라인인 3%에서 0.75%를 삭감해 지급했다.

당시 출연연구기관 노동자들은 "외환위기 시기에 65세였던 정년이 60~61세로 낮춰졌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실질적으로 임금이 삭감된다"며 "정년연장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안 된다"고 반대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시기에 따라 임금인상률을 차등해 적용하고 기관 경상비를 삭감하겠다고 압박했다. 급박해진 기관들은 과반수 노조 동의 없이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동의서를 징구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김준규 위원장은 "기획재정부는 지난 3년간 공공기관에 정부 정책을 강요하기 위해 인건비 동결이나 삭감을 무기로 활용해 왔다"며 "행정지침이 헌법과 노동관계법보다 상위에 군림하며 공공기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이석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은 법률상 행정지도에 해당하고, 행정절차법 제48조에 따라 상대방 의사에 반해 부당하게 강요하거나, 행정지도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임금피크제 미도입 공공기관의 임금인상률을 낮춘 것은 행정지도 본래의 한계를 일탈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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