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5일 공공기관 기관장을 불러 모아 임금피크제 도입·확산을 독촉했다. 임금피크제에 목매는 박근혜 정부의 조급함이 묻어난다. 노동계는 "노조와 대화 없이 임금피크제를 강행하면 정부와 일전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전력과 LH를 포함한 주요 공공기관장과 관계부처 장·차관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 현안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최 부총리는 "임금피크제는 핵심 개혁과제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지금까지 소규모 기관 위주로 진전이 있었지만 8월에는 LH·철도공사 등 대규모 기관이 선도해 노사합의를 이끌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부처 장차관과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임금피크제를 추진해 달라"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가 주요 부처 수장과 공공기관장을 집합시킨 것은 정부의 강한 의지에도 임금피크제 도입 실적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도입을 확정한 기관은 전체 316개 공공기관 중 101곳이다. 101곳 중 11개 기관만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시행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101곳 가운데 55개 기관은 노사 협의를 진행 중이고 2곳은 합의에 이르렀다. 33곳은 도입안만 확정했다.

도입이 완료된 기관 11곳은 노조가 없거나, 복수노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규모도 작은 축에 드는 기관들이다. 남부·남동·서부발전은 정부와 기관이 복수노조를 이용해 임금피크제를 강제로 도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산업기술시험원의 경우 200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 3년 전부터 10~30%씩 임금을 감액하고 있는 곳이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 드라이브를 걸면서 공공기관 현장에서 노사갈등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 부총리가 이달 중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지목한 LH에서는 올해 임금협상이 결렬된 상태다. 철도공사는 임단협을 이미 타결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철도공사가 임금피크제 논의를 위해 보충교섭을 요구하면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충교섭 시작과 동시에 교섭 결렬과 파업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산하 공공기관노조들은 다음달 11일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투쟁본부가 주최하는 1차 공동파업에 참여하기 위해 이달 20일 이전까지 모든 산하노조가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할 예정이다.

공공노련·공공연맹 산하 대규모 공공기관인 전력공사·도로공사·석유공사·수자원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LH 노조들은 20일 공동으로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할 방침이다.

공공노련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기관 기관장들을 불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라고 사실상 협박을 했다"며 "노정 간 전면전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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