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확산시키기 위해 자원을 총동원할 태세다.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에도 정부가 속도전에 나서면서 노정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처·기관 임금피크제 '원포인트' 회의

4일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투쟁본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현안점검 회의'를 개최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이날 회의에서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만 다룰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올해 6월 기재부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청와대에 보고한 이후에도 도입실적이 미미한 것이 회의 개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회의 참석 대상을 보면 정부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에 얼마나 목을 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고용노동부·국무조정실·중소기업청 등 14개 부처 장관이 이날 회의에 참석한다. 한국전력·가스공사·철도공사 등 공기업 8개 기관장과 안전보건공단·공무원연금공단 등 준정부기관 9개 기관장, 산업은행 등 기타 공공기관 3곳의 기관장도 참석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기관 압박 최고조에 이를 듯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선도기관 지정 현황과 추진실적을 논의한다. 임금피크제 도입·확산을 위해 부처와 기관에서 어떤 활동을 벌였는지 상세히 보고하고, 향후 어떤 계획을 추진할 것인지도 보고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성을 부처와 기관장들이 공유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공투본 관계자는 "최경환 부총리가 장관과 공공기관장을 불러 모아 임금피크제 도입 추진을 강하게 압박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회의가 끝나면 정부와 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 압박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공투본과 은수미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공공기관 현안점검 회의를 거쳐 임금피크제를 강제로 도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안점검 회의가 끝나면 정부가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직접 개입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금피크제 일률 적용하면 임금삭감, 노사자율에 맡겨야"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기재부가 공투본이 제안한 노정교섭을 끝내 거부하고 있다"며 "임금피크제와 청년고용을 연계한 자신들의 정책이 정당하지 않으니까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별 공공기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가 전체 공공기관에 일률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는 것에 대한 반발도 크다. 공투본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축산물품질평가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정년은 이미 60세이거나 그 이상이다. 그런 상황에서 해당 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정년연장 혜택은 없이 임금만 삭감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공공연구노조 관계자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정부출연연구기관 노동자 다수는 정년이 늘어나지도 않으면서 임금만 깎이게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사회적 의무 부과하는 대타협기구 필요"

청년고용정책과 경제정책 개선을 위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운영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은 의원은 "이명박 정권은 신입사원 연봉을 깎더니 박근혜 정권은 청년고용이 안 되는 이유로 부모 탓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정부는 세대를 이간질하는 정책을 중단하고 대기업에 사회적 의무를 부과하면서 청년고용 문제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기구 출범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투본은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중단하지 않으면 다음달 11일 1차 공동파업을 벌인다. 정부 예산편성지침이 결정되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는 2차 공동파업을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박해철 공공노련 상임부위원장·이성우 공공연구노조 위원장·황재도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장 등 공공기관노조 위원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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