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 이날로 정리해고 2천일을 맞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해고자들로서는 내키지 않은 기자회견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위 권유로 만들어진 자리였다.
카메라 앞에 선 노동자들은 언론과 정치권을 상대로 수없이 반복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윤충렬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 부지회장은 “2천일을 싸울 정도면 다른 회사에 취직을 하고도 남았겠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짧지 않은 고통의 날들을 견딘 이유는 딱 하나 억울함을 풀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윤 부지회장은 “해고자들이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 낸 결과 회사측의 회계부정 의혹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며 “이틀 뒤 나올 대법원 판결이 어떤 내용이든 우리는 끝까지 싸워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13일 선고 예정인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노동자와 기업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쌍용차 정리해고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얘기다.
2009년 정리해고 당시 정규직은 물론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도 회사를 떠나야 했다. 복기성 금속노조 쌍용차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평택공장에서 5년을 일했고, 6년째 해고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대법원이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더라도 회사는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지금까지 목숨을 잃은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 25명 외에 누가 또 갑자기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의 벗 서영섭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수도회)도 마이크를 잡았다. 서 신부는 “여기 있는 해고자들은 가족의 생일도 자신의 결혼기념일도 잊은 채 산산조각이 난 일상에서 감히 말로 표현하기 고통을 겪어 왔다”며 “이들을 고통에서 구제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더 이상 어떤 희망을 걸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쌍용차 문제는 정치적 문제인 만큼 정치권이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말했다. 그는 “2천일 동안 닿지 않았던 내일, 꿈꿀 수 있는 내일과 만나고 싶다”며 “정리해고라는 바통이 또 다른 무고한 이들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