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앤앰ㆍ LG유플러스ㆍ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와 서울일반노조 신현대아파트분회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대표자들이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증언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87%가 용역업체에 속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입니다. 국민안전과 직결된 공항업무 대부분이 비정규직에게 전가된 셈입니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비율을 줄여 나가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어디로 갔나요?"

조성덕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의 말이다. 민주노총 소속 공공·민간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노조 대표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모였다. 이들은 "정부의 방치 속에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늘고 있다"며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해 달라고 노조를 만들었더니, 용억업체를 폐업하거나 노조 조합원만 해고하는 치졸한 앙갚음이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안전장치' 요구했다 해고된 청소노동자


서울시내 600곳의 버스중앙차로 승차대를 청소·관리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23명은 최근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재하청 노동자인 이들은 서울시로부터 승차대 유지·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JC데코가 청소업무만 떼어내 재위탁한 재하청업체 에버가드 소속이다.

노동자들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안전띠 같은 보호구 없이 3미터 높이의 승차대 지붕에 올라가 청소를 했다. 낙하사고나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유경원 서울일반노조 서울시중앙버스차로분회 분회장은 "회사에 안전장치를 보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지난 8월 노조를 만들어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안전확보가 아니라 해고통보였다. 해고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서울시는 노동자들에게 "업체와 해결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노조설립은 해고로 가는 지름길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가리지 않고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확산되는 추세다. 고용사슬의 최하층에 위치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공시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 5명 중 1명은 파견·하도급·용역 같은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다. 해고의 유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기업들의 선택이 낳은 결과다. 이런 상태에서 노동자들은 노조를 통해 권리구제를 받기도 어렵다. 노조설립은 해고로 가는 지름길이다.

김선기 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최근 발생한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의 분신사건도 간접고용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에서 비롯됐다"며 "노조를 통해 사건이 공론화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정작 분신을 시도했던 이아무개 조합원과 함께 일해 온 다른 조합원들은 이번 일을 빌미로 내년 고용계약이 해지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렵게 노조를 만들어도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아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지부장은 "노조 설립 후 단체협약 체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원청인 서울시는 나 몰라라 하고, 협력업체는 예산 타령을 하는 사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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