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에서 힘의 우위에 있는 사용자가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한 경우 해당 사용자는 피해 조합원에게 직장폐쇄 기간에 해당하는 임금과 상여금과 위자료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또 노조가 쟁의행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위법적인 쟁의행위를 벌인 경우라도 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노조와 노조간부로 제한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노조간부의 지시에 따른 일반 조합원에게 불법파업을 이유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재판장 방승만)은 충남 천안시 소재 자동차부품 제조·판매업체 (주)신라정밀 소속 노조 조합원 김아무개씨 등 3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잔업거부·부분파업 결과는?=신라정밀 노동자 60여명은 2008년 3월 금속노조 신라정밀지회를 설립하고 회사에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자 회사는 비조합원에게 임금과 상여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방식으로 노조에 불이익을 주고, 조합원의 작업현장을 분 단위로 감시했다.

차별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시간외근로와 휴일근로 거부를 지시했다. 쟁의행위 절차 없이 이뤄진 집단행동이다. 회사는 곧바로 외국인 근로자와 관리직 사원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했다.

노조는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원 97% 찬성으로 단체협약 요구안을 통과시키고, 회사와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교섭은 결렬됐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도 불발됐다.

노조는 그해 6월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2%의 찬성으로 파업 돌입을 가결했다. 그 뒤 노조가 사업장에 천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노사 간 충돌이 발생했다. 약 50분씩 세 차례에 걸쳐 작업이 중단됐다.

회사는 이를 이유로 조합원만 골라 퇴거시키는 선별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사설경비용역이 동원됐다. 직장폐쇄는 그해 12월까지 6개월간 계속됐다.

회사는 조합원들이 제출한 근로희망원을 거부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조합원만 휴직신고를 냈다. 이어 노조간부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일반 조합원의 회사 출입을 막기 위해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회사는 직장폐쇄를 철회하라는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의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는 불법 쟁의행위와 취업규칙 위반을 이유로 노조간부 5명을 해고하고, 3명을 정직한 뒤에야 직장폐쇄를 풀었다.

◇공격적 직장폐쇄, 임금·성과급·위자료 지급대상=회사가 내세운 직장폐쇄의 근거는 두 가지다. 노조설립 초기 쟁의행위 절차 없이 이뤄진 시간외근로와 휴일근로를 거부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이후 50분씩 세 차례 작업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이를 이유로 조합원의 경제활동을 6개월이나 중단시키고, 노조간부들을 징계·해고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직장폐쇄를 하기 전 시간외근로·휴일근로 거부와 세 차례의 작업중단(부분파업) 등 노조의 쟁의행위가 있었음은 인정되지만, 노조의 잔업거부에도 사업장 가동이 중단되지 않았고, 노조는 세 차례 부분파업 외에 사업장을 점거하거나 계획적으로 사업장 운영을 중단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바 없다”며 “과격시위 움직임이 없는데도 용역경비원을 고용해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은 힘의 우위에 있는 사용자가 자기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위법적 수단을 행사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임금과 상여금·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임금은 평균임금이 아닌 소정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총액(임금인상분 반영)을, 상여금은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에 따라 연간 400%를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조합원들이 겪은 정신적·경제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는 1인당 300만원씩 책정했다.

◇일반 조합원, 업무방해 배상책임 없어=재판부는 아울러 회사가 노조와 노조간부·조합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위법한 쟁의행위로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일반 조합원에게 이를 청구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노조설립 초기 쟁의절차 없이 이뤄진 노조의 시간외근로와 휴일근로 거부를 위법한 쟁의행위로 보고 노조와 노조간부·조합원에게 14억7천6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쟁의행위를 지시한 노조간부들은 위법한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지만, 노조간부들의 지시에 불응해 근로제공을 계속하기 어려운 일반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회사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시효(3년)가 소멸한 점을 들어 “노조간부들도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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