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는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전자서비스 가족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일하는 홍지신(43)씨와 그의 아내인 정은숙(42)씨. 결혼 17년차인 부부는 삼성전자 대리점 배달직원과 경리직원으로 만나 연애하고 결혼했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내는 남편에게 삼성전자서비스 AS 기사를 권유했다. 배달직보다 기술이 있는 AS 기사가 장래성이 있어 보였다. 수익도 높을 것으로 생각했다. 남편은 아내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실은 부부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경리 출신인 정씨가 아무리 뜯어봐도 다달이 변하는 남편의 급여명세서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도 설명을 못했다.

입사 16년차 남편 홍씨가 이달 10일 받은 급여명세서에는 236만원이 찍혀 있었다. 그나마 남들은 받지 않는 직책·직위수당 65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카드값만 90만원이 빠져 나갔다. 이날 현재 통장에는 19만원만 남아 있다. 이 돈으로 딸 둘을 포함해 네 식구가 살아야 한다.

아내 정씨는 “애들 학원 보낼 엄두가 안 나서 학교 공부와 자습만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씨는 최근 공부 잘하는 중3 큰딸에게 넌지시 물었다. “조금 낮은 수준의 고등학교에 가서 장학생으로 다니는 게 어떠냐”고…. 정씨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생계 어려워 위장이혼까지 생각”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삼성전자서비스 가족증언 대회에 참석한 AS 노동자들의 아내는 누구랄 것 없이 눈물을 흘렸다. 고단한 노동에 힘겨워하는 남편들처럼, 그들도 고단한 삶을 힘겨워했다.

남편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현아(40)씨는 자신의 집에 AS 출장을 온 남편을 처음 만나 결혼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다녔던 남편이 진짜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조그만 지역센터인 남편의 사무실에 사장이 매일 출근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결혼한 지 3년 정도 지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남편 사무실의 사장은 삼성전자서비스 사장이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도 ‘삼성전자서비스 주식회사 대표이사’는 남편에게 “당사 우수 엔지니어로 인증한다”며 인증서를 줬다. 이씨는 “속은 것 같아서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보험료가 연체됐다”는 말을 하려다 목 놓아 울었다. 세 명의 자녀가 있는 이씨 부부에게 월급여 200만원인 겨울 비수기는 잔인한 계절이다.

김은영(35)씨도 남편 안양근(44)씨를 처음 봤을 때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인 줄 알았다. 처음에는 직접고용이었는데, 나중에 협력업체 직원으로 전환됐다고 했다. 노조가 생기고 나서야 남편이 왜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 아닌지 이해했다. 서울 동대문센터에서 일하던 그의 남편은 올해 8월 이른바 ‘표적감사’에 걸려 해고됐다. 노조에서 지원하는 희생자구제기금으로 근근이 생활한다. 서울 바닥에서 찾아보기 힘든 4천만원짜리 전세에 살고 있다. 2천만원을 대출받아 마련한 보금자리다.

부부는 생계 문제로 이혼했다가 재결합한 적이 있다. 김씨는 “최근 이혼한 부모의 아이들에게 정부가 지원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남편에게 위장이혼이라도 하자는 말까지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객평가 스트레스 해결, 노조 인정해 줬으면”

남편에게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를 권유했던 정은숙씨. 팀장인 남편이 고객만족도 평가로 스트레스 받아 병원을 다니는 것이 자신의 탓인 것 같아 미안하기만 하다. 정씨는 “고객만족도 평가 스트레스를 좀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현아씨와 김은영씨는 “남편이 힘들지 않게 노조를 인정해 주면 안 되겠느냐”고 호소했다.

한편 금속노조와 대책위는 이날 고 최종범씨 자살과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와 중부지사·천안센터 대표들을 부당노동행위와 형법상 강요죄로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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