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들은 이날 삼성과 정부에 고 최종범씨의 죽음에 대한 사과와 책임지는 자세를 촉구했다. 위영일 지회장은 "가슴에 삼성 마크를 달고 지난 십수년간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다 노조를 세웠는데 창립 100일 만에 두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위 지회장은 이어 "여러분이 전태일이고 최종범"이라며 "반드시 무노조, 반민주적 삼성을 타도하자"고 호소했다.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삼성의 무노조 전략은 노동자를 착취하려는 천박한 발상"이라며 "오늘 모든 노동자의 이름으로 전쟁을 선포한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 비판도 이어졌다. 아시아 45개국 노조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아시아 초국적기업 감시 네트워크(ATNC Network)'는 연대사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삼성은 노동자들에 대한 책무를 다하고 그들과 그 가족들의 권리·존엄성을 존중하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의 고용노동부가 삼성의 노조파괴전략을 부인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 정부와 삼성은 최씨의 죽음에 사죄하고 노동권과 집회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지회 천안분회 소속이었던 최씨가 지난달 31일 숨진 뒤 열흘 가량 지났지만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김기수 지회 천안분회장은 “회사 쪽에선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분회장은 "오래 갈 싸움이라서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39·가명) 해운대분회 조합원은 “사측이 태도 변화는커녕 오히려 반노조 성향 팀장을 세워 현장을 장악하려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끝까지 삼성의 사과를 받아내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그냥 우리를, 노조를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사과 한마디 하라는 겁니다. 그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