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전태일 43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정기훈 기자
 

"삼성전자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고 최종범씨 유서 중에서)

전태일 분신 43주기 추도식이 열린 13일 오전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의 전태일은 가슴에 근로기준법을 품은 채 '삼성전자서비스' 마크가 찍힌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추도사를 하기에 앞서 지난달 3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 최종범씨가 남긴 마지막 유언을 전했다. 위 지회장은 "참으로 참담하다"며 "70년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는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43년이 지난 지금 초일류 글로벌 기업 삼성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위 지회장은 "최종범 열사가 '전태일님처럼 되진 못해도 자신의 죽음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떠났다"며 "그 뜻을 받들어 우리 사회 골리앗 삼성과 이를 비호하는 권력자들과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추도식은 전태일의 친구 삼동친목회 관계자들과 양대 노총 조합원들, 손학규·이용득 민주당 전현직 최고위원과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정진후 정의당 의원,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김소연 계급정당추진위원회 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도사를 투쟁의 결의로 대신하겠다"며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탄압을 투쟁으로 극복하고 분노를 조직해 절망을 희망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원 한국노총 비정규담당 부위원장은 "전태일 열사 43주기 추도식은 노동기본권을 유린하고 노동법을 개악하려는 현 정권을 규탄하는 자리이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되새기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양대 노총 노동자들이 하나가 돼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길목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최종범, 전태일을 만나다'를 주제로 추모문화제를 개최했다. 같은 시각 최종범씨가 근무했던 충남 천안(두정)서비스센터에서는 지회 조합원들과 충남지역 노동자들이 모여 '이현중·이해남·최종범 열사 정신계승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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