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하나입니다. 하나가 돼 주세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고 이소선 여사가 항상 염원하던 바람이 3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묘역에 울려 퍼졌다. 전태일재단이 주최한 이소선 어머니 2주기 추도식에서다.

이날 추도식에는 양대 노총을 비롯해 문재인·전순옥 민주당 국회의원과 이용길 노동당 대표·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등 노동·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200여명이 참석했다.

어머니의 쓴소리가 필요한 때

조헌정 향린교회 목사는 이날 추모기도를 통해 “이소선이란 이름 석 자는 지금도 삶의 희망·노동의 희망으로 살아 있다”며 “어머니께서 지혜와 연대의 힘을 달라”고 추도식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하나가 되라는 어머니의 바람과는 달리 분열된 노동운동은 비판을 피하기 힘들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어머니는 늘 노동자들에게 하나가 되라고 했다”며 “하지만 하나가 되기는커녕 천 갈래로 찢어진 데다 노동자 의식마저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백 소장의 따끔한 고언이 이어지는 동안 참석자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뒤이어 “어머니의 뜻을 따르겠다”는 양대 노총의 다짐이 이어졌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결의를 다지는 것으로 추도사를 대신하겠다”며 “비정규직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해 민주노총이 힘 있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김동만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니 기합이 빠져서 느슨해진 것 같다”며 “다시 마음을 잡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장에는 한국노총의 ‘어머니가 가신 길 끝까지 지키겠다’, 민주노총의 ‘어머니의 뜻을 잊지 않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자리했다.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순옥 민주당 의원은 유족인사를 통해 “어머니를 사랑해 줘서 고맙다”며 “어머니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희망이 있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문익환 목사가 진보개혁진영의 아버지라면 이소선 여사는 어머니”라며 “이소선 여사가 소망했던 세상을 위해 정권교체를 이루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 정신계승과 투쟁승리를 다짐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유니온에 신바보회가 있다”며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의 삶에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로 499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사무금융노조 골든브릿지투자증권지부(지회장 김호열)와 지난 23일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한 재능교육지부(지부장직무대행 오수영) 조합원들도 참석했다.

김호열 지부장은 “골든브릿지 문제를 꼭 해결해서 어머니께서 만들고자 했던 희망세상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오수영 지부장직무대행은 “종탑투쟁을 하면서 놓아 버리고 싶을 때 어머니께서 살아오신 모습을 보면서 자리를 지키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꿈꿨던 ‘희망세상’ 다짐

고 이소선 어머니 2주기 추도식은 이소선 합창단이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소선 합창단은 이소선 어머니의 바람대로 ‘하나 된’ 양대 노총 조합원 3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노래를 부른 고동민 쌍용자동차 해고자는 “노동자는 하나라고 외친 어머니의 말씀이 연습하면서 내내 떠올랐다”며 “쌍용차와 70여개 투쟁사업장 문제가 실타래 풀리듯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 이소선 어머니는 1970년 아들 전태일 열사가 숨진 뒤 ‘노동자의 어머니’로 불리며 노동자 투쟁에 앞장섰다. “노동자는 하나가 돼야 한다”고 염원하던 이소선 어머니는 2년 전 이날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글·사진=구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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