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람 기자

“창원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리는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팔아 치우려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규탄하기 위해 전국에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금 잠시의 불편이 우리 아이들이 자라날 더 밝고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입니다.”

완연한 봄이 느껴지던 지난 13일 오후 창원시청 앞 창원광장. 봄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봄꽃이 만발한 평온한 광장 분위기와 대비되는 날 선 목소리가 광장 곳곳에 울려 퍼졌다. 이어 피켓과 현수막을 손에 든 사람들의 행렬이 광장 앞 원형도로를 가득 메웠다.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온 외침에서 되풀이되는 단어는 "진주의료원"과 "홍준표"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창원시 일대에서 ‘진주의료원 휴·폐업 철회! 공공의료 사수!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대회를 주관했다. 전국의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시민 3천여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시민들 호응 속에 경남도청으로

이날 오후 2시께 본대회에 앞선 사전행사로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강화 국민대회’가 창원 만남의 광장에서 열렸다. 오종렬 진보연대 상임고문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공공의료기관을 폐업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온 지구촌이 웃을 일"이라며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무상의료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상임고문은 "진짜 복지사회를 우리들의 열정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홍준표 도지사가 재정적자를 이유로 서민을 위한 병원을 없애고 노동자들 공격하는 데 박근혜는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한 뒤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를 막지 못하면 홍 도지사에 대한 분노는 곧바로 박근혜 정권에게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께 창원 만남의 광장을 출발해 원이대로를 따라 행진을 시작했다. 목적지는 본대회가 열리는 경남도청 앞이었다. 참가자들은 발걸음을 옮기며 “공중의료 파괴하는 홍준표를 규탄한다”, “귀족도지사 공공의 적 홍준표를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창원 시민들은 공감을 표했다. 원이대로에 있는 한 약국에서 집회를 지켜보던 이아무개(64)씨는 “내가 홍준표 도지사를 찍었지만 재정을 이유로 서민을 위한 병원을 폐쇄하는 것은 안 될 말”이라고 비판했다. 창원시 중앙동에 사는 김두권(56)씨는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이 서민 이용자나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어떠한 대책 마련도 없이 급하게 추진된 것이 문제라고 본다”며 “분명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집회라면 환영한다”고 말했다.

도청 위로 띄운 풍선 … "돈보다 생명을"

참가자들은 오후 4시30분께 본대회가 열리는 경남도청 앞 도로에 집결했다. 무대 뒤편 도청 입구는 경찰 버스와 플라스틱 방호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양성윤 민주노총 위원장직무대행이 대회사를 했다.

"1년6개월짜리 도지사가 103년 전통의 진주의료원을 폐쇄한다는 조례안을 지난 12일 폭력적인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홍준표와 박근혜에게 경고합니다. 이번 사태를 지속시킬 경우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국민을 이기는 위정자는 없습니다. 끝까지 투쟁합시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투쟁사에서 “홍 도지사는 죽기 직전의 환자에게 대안 없이 나가라고 하고, 폭력으로 야당 도의원을 쓰러트리고 감금하더니 조례안을 통과시켰다”며 “진주의료원을 지키는 투쟁은 공공의료를 지키는 투쟁이고 홍준표식 독재행정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투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도중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통과시킨 새누리당 소속 임경숙·원경숙·조우성·이성용·성계관·변현성 도의원과 홍 도지사의 대형 얼굴사진을 공개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그런 다음 진주의료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이연아씨가 결의문을 낭독했다. “수익성을 잣대로 공공병원을 포기하려는 저들 앞에서, 공공병원을 없애 버리고 의료영리화를 밀어붙이려는 저들 앞에서, 국민 생명을 정치적 야욕의 희생물로 만드는 저들 앞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다. 오로지 투쟁이다.”

이씨가 마이클 놓자 집회 참가자들은 일제히 풍선을 날렸다. 풍선에는 “돈보다 생명”, “홍준표를 규탄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풍선은 경찰이 쌓아 놓은 차벽을 넘어 경상남도 청사 위로 날아올랐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18일로 예정된 경남도의회 본회의에 앞서 15일 진주의료원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연다. 16일 저녁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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