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8.18 일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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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봄비 맞으며 진주로 떠난 생명버스 … 진주의료원 살려낼까보건의료노조 지난 6일 '진주의료원 지킴이' 발족
▲ 6일 오후 생명버스에서 바라본 비에 젖은 진주의료원. 황량한 외부 전경과는 달리 건물안은 투쟁열기가 가득하다. 보건의료노조
▲ 생명버스 참가자들과 지역 시민들은 6일 오후 3시께부터 진행된 진주의료원 폐업저리를 위한 희망걷기 대회에 참여했다. 보건의료노조
▲ 본관 8층 노인병동에 입원해 있는 한 환자. 경상남도의 폐업 결정 이후 한 달 사이 200여명의 입원환자 가 30여명으로 줄었다. 보건의료노조
▲ 본관 앞에서 열린 진주의료원 지킴이 발족식. 참가자들은 "여기에 환자있다, 폐업결정 철회하라" "공공 의료 사수하자, 홍준표는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보건의료노조

지난 6일 아침 8시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앞. 새벽부터 내리던 봄비를 맞으며 1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성모병원 사거리 갓길에 줄지어 서 있는 버스 3대에 올라탔다. 버스의 이름은 ‘(돈보다) 생명버스’. ‘희망버스’의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유지현) 버전이다. 목숨을 걸고 크레인 위에 올랐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구하러 갔던 버스가 이번엔 경상남도 진주시로 향했다. 103년 역사를 지닌 진주의료원이 폐업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올해 2월26일 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의 손에는 “홍준표 규탄한다”, “폐업결정 철회하라”는 문구가 쓰인 노란색과 붉은색 손팻말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사회단체 활동가로 자신을 소개한 이아무개(46)씨는 “박근혜 정부가 취임 이후 내딛고 있는 ‘복지먹튀’ 행렬을 홍준표가 이어받고 있다”며 “이윤을 이유로 도민을 위한 공공병원이 문을 닫는 것은 진보진영 모두가 힘을 합쳐 막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생명버스의 진주 방문에 앞서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이달 3일 휴업을 강행한 홍준표 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 진주의료원지부 조합원들을 내쫓기 위해 용역투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노조는 이날 오전 창원시 벚꽃축제 일정에 맞춰 시민과 함께 진행하려던 걷기대회를 취소했다. 전국적으로 내린 비도 영향을 미쳤다. 걷기대회 행사는 오후에 진주에서 개최됐다. 유지현 위원장은 바뀐 일정을 설명한 후 “여기 계신 모든 분들에게 적자라는 진주의료원이 얼마나 현대화되고 좋은 병원인지를 꼭 보여 주고 싶다”며 “갈 곳이 없는 환자들을 직접 보고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소중한 공공병원을 지키기 위한 의지를 한곳에 모으자”고 말했다.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의 모습도 눈에 보였다. “진주의료원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보건정책의 철학과 공공성을 굳건히 하는 싸움이에요. 함께 힘을 모아 올바른 의료체계를 만들고 지켜 내야 합니다. 국가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몸이 건강한 삶은 보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버스는 이날 오후 1시께 진주 톨게이트로 진입했다. 그로부터 30분 뒤 봄비로 말끔하게 몸을 씻은 진주의료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주의료원을 지키기 위해 함께 먹고, 자고, 투쟁하는 조합원들이 생명버스 참가자들을 맞았다.

이들은 병원 출입구를 중심으로 ‘ㅅ자’ 대열을 만들어 참가자들이 병원 안에 들어설 때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외쳤다.

진주의료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다는 임창회(40)씨는 “서민을 위한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과 긍지 때문에 5년 전 적은 월급에도 사립병원에서 진주의료원으로 이직했다”며 “버스를 타고 오신 분들과 힘을 모아 홍준표 도지사의 막무가내식 결정을 철회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사수는 '너와 내가 없는' 투쟁

병원 내부는 신축건물답게 밝고 화사했다. 지부 조합원들은 로비 왼쪽에 로비농성 39일차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 아래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조합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생명버스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병원의 환자 안전사고 예방환경 조성을 명문화한 ‘환자안전법’ 문자청원운동을 홍보했다.

이제는 멈춰 버린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2층으로 올라가 보니 한쪽 모니터에서 1910년 진주자혜의원으로 출발한 진주의료원의 103년 역사가 영상으로 흐르고 있었다.

같은 층에 있는 회의실은 투쟁상황실로 변모했다. 주최측은 생명버스 참가자들에게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한 간단한 경과를 설명한 후 자유시간을 줬다.

오후 3시께 진주시 금산면 금호저수지에서 ‘희망 걷기대회’가 열렸다. 생명버스 참가자들과 조합원들, 창원·진주시민 등 700여명이 행사에 참가했다.

부슬부슬 봄비를 타고 벚꽃이 함께 내렸다. 진주의료원 인근 중천리에서 나고 자란 박윤석(35)씨도 희망걷기에 나섰다. 박씨는 "진주의료원의 혜택을 받고 사는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집회가 있을 때마다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가 시대의 가장 큰 화두가 됐잖아요. 복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의료인데,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입니다. 저 같은 서민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공공의료를 늘려야하는 판에 홍준표 도지사는 그나마 있는 것도 줄이겠다고 합니다. 분통이 터집니다.”

상급단체는 다르지만 공감과 연대 차원에서 걷기대회에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 의료산업노련 연세의료원노조 소속 한 간부는 “의료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저지는 너와 내가 따로 없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폐업 결정에 유령이 된 환자들

병원에는 30여명의 환자가 있었다. 중증 질환과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환자들이다.

7~8층이었던 노인병동은 8층 한곳으로 줄었다. 경상남도가 환자들에게 퇴원을 종용하면서 1개 층으로 줄었다. 치매를 앓고 있다는 손윤석(82) 할머니는 유령처럼 텅 빈 병원 건물을 배회했다. 손 할머니는 “여기가 내가 있던 병실인데 어느 순간부터 먼 곳으로 장소가 바뀌었다”며 “빨리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진주시 상봉동에 사는 서해석(66) 할아버지는 고혈압·간경화 등으로 10년 가까이 진주의료원에 입원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병원을 나와야 했다. 경상남도가 퇴원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홍준표 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놓고 ‘기차는 달린다’고 했는데요. 철로를 가난한 사람들 머리 위로 놓은 꼴이에요. 적자 때문이라면 구조조정을 하면되지 왜 의료원 자체를 폐업합니까. 진주의료원에 지원했던 돈 몇 배를 다른 병원에 지원한다고 하는데, 멀쩡한 병원을 두고 왜 그래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특히 본관 뒤편 호스피스병동의 상황이 심각했다. 경상남도 폐업 발표 당시 6명이었던 환자 중 3명이 숨졌고, 2명이 병원을 옮겼다. 말기 담도암을 앓고 있다는 조아무개(76)씨가 호스피스병동에 남아 있는 유일한 환자다. 30대 초반의 김아무개씨가 조씨의 곁을 지키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연말 어머니에게 말기 암 판정이 내려진 이후 서울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고향인 진주로 내려왔다고 했다.

“대학병원 호스피스병동을 전전하다 한 달 전쯤에 진주의료원에 왔는데요. 시설은 진주의료원이 훨씬 좋아요. 그런데도 입원비는 더 쌉니다. 얼마 전에 친척들이 병문안을 왔다가 깜짝 놀라더라고요. 어머니 얼굴이 너무 좋아졌다는 거예요. 이렇게 좋은 병원이 왜 없어져야 하는지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네요.”

'진주의료원 지킴이' 발족 … 폭주기관차 막을까

걷기대회가 끝난 오후 5시30분께 진주의료원 입구에서 ‘진주의료원 지킴이 발족식’이 열렸다. 진주의료원 지킴이는 홍 도지사가 진주의료원 점거농성을 해산하려 물리력을 동원할 경우 이를 막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유지현 위원장은 “(홍준표 도지사와) 같은 당인 새누리당조차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홍 도지사 혼자 폭주하고 있다”며 “시민사회·정당·노동계가 힘을 합쳐 홍준표식 폭주기관차를 막아 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환자를 돌보고 싶은 것뿐인데 홍 도지사는 강성노조 운운하며 싸움으로 내몰고 있다”며 “보건의료노조는 온 조직의 힘을 다해 공공의료를 사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병래 공공운수노조 사회보험지부장은 연대사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로 박근혜가 약속한 지방거점 병원 육성, 공공의료 활성화 등이 짝퉁복지임이 드러났다”며 “홍준표가 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는 것은 가정도우미가 밥을 맛없게 한다고 자신의 마누라와 이혼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진주의료원 지킴이 발족식에서 지부 조합원들은 △진주의료원 폐업철회를 위한 전국단위 서명운동 전개 △경상남도와 보수언론의 왜곡을 바로잡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용역 및 대체인력 투입시 진주의료원 집결 △전국노동자대회에 적극 결합 등을 결의했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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