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근로기준법상 해고요건을 악용해 사용자가 고의로 경영부실 상태를 만들고, 이후 공장부지 개발로 차익을 노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4일 오전 금속노조 풍산마이크로텍지회(지회장 문영섭)는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풍산그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개발 특혜 때문에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을 즉각 복직시켜라"고 촉구했다. 풍산마이크로텍(현 PSMC) 노동자들은 지난달 29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보름이 되도록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문영섭 지회장은 "풍산그룹이 부산공장 부지 21만평을 개발해 돔구장을 만들고 골프아카데미와 리조트·카지노·실버타운 등 위락시설과 주거단지를 세우려 한다"며 "풍산그룹이 애초부터 공장부지 이전을 통한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기기 위해 계열사인 풍산마이크로텍을 제3자에 위장매각하고 정리해고를 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돔야구장에 쫓겨나는 풍산마이크로텍 노동자

지난 91년 풍산금속 동래공장 생산부에서 분사해 2000년 풍산마이크로텍으로 상호를 바꾼 PSMC는 풍산그룹 내에서 반도체 부품 생산을 도맡아 왔다. 그러던 중 2010년 12월 풍산그룹은 느닷없이 지분 지분 57.2%를 240억원에 (주)하이디스로 매각했다. 지난해 3월에는 경영권이 지분의 7%(250만주)를 소유한 FNT로 넘어갔다. FNT측은 회사명을 지금의 (주)PSMC로 바꿨다.

그런데 FNT는 지난해 2월 설립된 회사로 자본금이 1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FNT 대표이사는 2000년 10월 벌어졌던 '정현준 게이트' 의 핵심관계자로 실형까지 받았던 기업사냥꾼이라는 게 지회의 주장이다.

문 지회장은 "2010년과 2011년 회사가 적자상태에서도 임금인상을 추진하고 노동자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매각위로금을 지급해 경영상태를 악화시켰다"면서 "정리해고를 위해 고의적인 경영부실을 만들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77명을 정리해고한 PSMC의 현재 공장가동률은 20% 수준이다.

지회에 따르면 풍산그룹은 최근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 위치한 공장부지에 돔야구장을 건설하는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해당 부지는 박정희 정권 시절에 방위산업을 한다는 전제로 저가에 불하받은 곳이다. 지금은 그린벨트에 묶여 개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부산시가 2만평 규모의 돔구장 건설을 허가할 경우 공공개발에 따라 그린벨트를 조정할 수 있다. 지회는 부지 개발이 이뤄지면 1조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까닭 때문인지 그동안 건설업에 손을 대지 않았던 풍산그룹은 오는 16일 주주총회에서 주택건설사업을 결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KEC, 구미공단에 3천억원대 부동산 개발 추진

지난달 노동자 75명을 정리해고한 KEC도 3천억대에 달하는 부동산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KEC는 노동자에게 100억원대 임금삭감을 요구하면서 경영진의 임금은 지난 2년간 40% 가까이 올려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은 "KEC가 금속노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퇴출시키기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경영진이 작성한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을 공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3일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과 관련해 "사용자의 부당 지배·개입 사실이 인정된다"며 KEC 대표이사 등 관리자 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달 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당한 쌍용자동차는 2009년 정리해고를 위해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명박 정부 임기만료를 앞두고 개발특혜를 노리는 기업들의 정리해고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은 “고의적 경영부실을 이유로 한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노조의 경영감시와 참여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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